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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용 희토류 팔고, 北천연자원 사들여… 해킹부대 지원도

입력 | 2016-09-20 03:00:00

[中기업, 北에 핵물자 수출]
中 랴오닝훙샹그룹 ‘수상한 교역’




아산정책연구원이 19일 미국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와 공동 발표한 32쪽 분량의 보고서 ‘중국의 그늘 속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어떻게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를 운운하면서도 친중(親中) 김씨 독재정권의 안정이라는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중국의 은밀하고도 지속적인 지원의 속살을 드러냈다.


○ 중국 기업 핵·미사일 전용 물질 北에 수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국 랴오닝훙샹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를 내세워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언제든지 전용(轉用)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를 북한에 대거 수출해왔다.

연구팀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통상정보 분석기관인 ‘팬지바’를 통해 확보한 세관 정보에 따르면 랴오닝훙샹그룹은 순도 99.7%의 알루미늄 잉곳(ingot·용융 금속을 일정한 형틀에 주입하여 응고시킨 것)을 비롯해 최소한 네 종류의 핵 및 미사일 개발 전용 가능 물질을 수출했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희토류의 하나인 삼산화텅스텐은 미사일의 공기역학적 안정성 증가에 핵심적인 물질로 꼽힌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안정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게 이 물질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10월 이후 결의 1718호를 통해 WMD 개발에 사용되는 물자와 기술 등의 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따라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뤄진 이 같은 행위는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중국 기업들이 공식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자 올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는 아예 ‘이중 용도 품목’은 금수 조항이라고 명시적으로 못 박았다.


○ 북한 달러 공급원도 중국 기업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는 북한에서 석탄 등 천연자원을 꾸준히 사들이며 북한에 달러를 공급했다. 2011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총 5억3200만 달러(약 5953억 원) 상당의 대북 교역을 했다. 이 중 수입은 3억6060만 달러(약 4034억 원), 수출은 1억7140만 달러(약 1913억 원)로 수입이 수출의 두 배였다. 2011년부터 2013년 말까지 3년간은 2억3194만 달러(약 259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라오닝훙샹그룹은 최소 10척의 선박을 동원했다. 특히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직후인 올 3월부터 4월까지도 이 선박들은 북한의 남포항과 중국의 룽커우(龍口)항을 정기적으로 오갔다.

랴오닝훙샹그룹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와 2009년 합작으로 랴오닝훙바오산업개발공사를 설립해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5년 KNIC의 독일지부를 제재했고 올 5월 영국 재무부는 영국지부를 압수수색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KNIC를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간 재화는 북한 핵개발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 北 해킹부대 거점에도 중국 기업이 투자

랴오닝훙샹그룹은 또 올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정찰총국 산하 121국(해킹부대)의 거점 중 하나로 알려진 중국 선양(瀋陽)의 칠보산호텔에 지분 30%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21국은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의 배후로도 알려져 있다. 칠보산호텔은 중국계 실리은행(sili bank)의 인터넷 계정을 사용하는데 이 은행의 인터넷 도메인은 랴오닝훙샹그룹 산하 부동산개발업체 소유다. 랴오닝훙샹그룹이 합작사업을 통해 북한 해킹부대의 물리적, 온라인 공간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랴오닝훙샹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대북 교역 기업들의 사업자등록 정보, 인터넷에 공개된 무역 자료는 물론이고 북-중 간 선박 이동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 해상정보업체인 ‘윈드워드’의 실시간 위성 추적 자료까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기업체의 식별과 함께 금융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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