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北에 핵물자 수출] 中 랴오닝훙샹그룹 ‘수상한 교역’
○ 중국 기업 핵·미사일 전용 물질 北에 수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국 랴오닝훙샹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를 내세워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언제든지 전용(轉用)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를 북한에 대거 수출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10월 이후 결의 1718호를 통해 WMD 개발에 사용되는 물자와 기술 등의 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따라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뤄진 이 같은 행위는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중국 기업들이 공식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자 올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는 아예 ‘이중 용도 품목’은 금수 조항이라고 명시적으로 못 박았다.
○ 북한 달러 공급원도 중국 기업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는 북한에서 석탄 등 천연자원을 꾸준히 사들이며 북한에 달러를 공급했다. 2011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총 5억3200만 달러(약 5953억 원) 상당의 대북 교역을 했다. 이 중 수입은 3억6060만 달러(약 4034억 원), 수출은 1억7140만 달러(약 1913억 원)로 수입이 수출의 두 배였다. 2011년부터 2013년 말까지 3년간은 2억3194만 달러(약 259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라오닝훙샹그룹은 최소 10척의 선박을 동원했다. 특히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직후인 올 3월부터 4월까지도 이 선박들은 북한의 남포항과 중국의 룽커우(龍口)항을 정기적으로 오갔다.
랴오닝훙샹그룹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와 2009년 합작으로 랴오닝훙바오산업개발공사를 설립해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5년 KNIC의 독일지부를 제재했고 올 5월 영국 재무부는 영국지부를 압수수색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KNIC를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간 재화는 북한 핵개발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 北 해킹부대 거점에도 중국 기업이 투자
랴오닝훙샹그룹은 또 올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정찰총국 산하 121국(해킹부대)의 거점 중 하나로 알려진 중국 선양(瀋陽)의 칠보산호텔에 지분 30%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21국은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의 배후로도 알려져 있다. 칠보산호텔은 중국계 실리은행(sili bank)의 인터넷 계정을 사용하는데 이 은행의 인터넷 도메인은 랴오닝훙샹그룹 산하 부동산개발업체 소유다. 랴오닝훙샹그룹이 합작사업을 통해 북한 해킹부대의 물리적, 온라인 공간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랴오닝훙샹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대북 교역 기업들의 사업자등록 정보, 인터넷에 공개된 무역 자료는 물론이고 북-중 간 선박 이동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 해상정보업체인 ‘윈드워드’의 실시간 위성 추적 자료까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기업체의 식별과 함께 금융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