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17일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정한 도박중독 추방의 날이었지만 연휴 분위기에 가려진 면이 없지 않다.
최근 우려되는 것은 10대들의 도박이다. 접근이 용이한 모바일 등을 이용해 청소년 도박이 늘어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동안 정책적으로는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에야 전국 규모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전국의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1.1%에 해당하는 학생이 문제 수준에, 4%의 학생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전국의 학생 2만9000여 명이 문제 수준, 11만여 명이 위험 수준의 도박 문제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 수준은 지난 3개월간 반복적인 도박 경험이 있으며 심각한 정도의 자기 조절 실패를 겪었고, 그에 따른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폐해 역시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위험 수준은 지난 3개월간 도박을 한 경험이 있으며 자기 조절 실패에 따른 심리 사회 경제적 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박을 해 본 청소년의 비율은 도박을 해 본 성인의 약 3분의 1 수준이지만 도박중독 문제가 나타나는 비율은 비슷하다. 일단 도박에 발을 들이면 청소년들이 더 쉽게 중독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사다리게임과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함께 운영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한 사이트에 들어가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환경을 자랑하는 한국은 그만큼 청소년들의 도박 방지에 취약하다.
요행수를 바라는 도박은 성실함과 노력을 등한히 하게 만든다. 잘못된 가치관은 결국 개인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사회를 흔든다. 미래의 기둥인 10대들의 도박을 방치할 경우 국가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정부는 10대 도박 문제를 포함해 불법 도박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