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통일연구원장
핵도발 목표는 북한식 통일
이번 5차 핵실험의 진정한 교훈은 남북 관계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의 필요성이다. 대화와 협상만으로는 북한의 핵무기를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냉전 종식 이후 지속되어 온 대북 포용 기조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
북핵의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에서 미국의 개입을 배제한 후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포용 기조에 대한 회의감은 김정은 정권이 보여주는 북핵 목표 추진의 구체성, 조급증, 예측 불가능성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미국과의 빅딜 조급증 노출
김정은 정권은 단기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조급증은 경제적 지원에 연연하거나 외부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성으로 이어진다.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는 과거 외부의 압박이나 지원에 따라 핵무기 개발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정했던 것과 비교된다. 북한의 조급증은 경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핵 개발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는 것이 북한의 딜레마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핵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의 확대를 통해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고 무너진 계획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려는 것이지만 장기 대책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시장화의 부작용이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며 부정부패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경제에 대한 정권의 장악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유효 기간 내에 무리수를 둬서라도 미국과의 빅딜을 실현하려는 김정은발(發) 조급증의 배경이다.
북한의 행태는 무시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최고 존엄’ 김정은의 개인적 성향이 여과 없이 투영된 것일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마치 게임을 하듯이 대응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김용순이나 김양건과 같이 국제정세에 밝은 대남비서 대신 인민무력부 출신의 김영철을 대남비서에 임명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행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포정치하에서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핵도박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김정은의 정치적 빅딜 구상이 긍정적으로 응답받지 못하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도발이 추가로 반복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초조함의 발로이다.
이제 북한의 정치적 빅딜, 도발, 혼란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이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북한의 목표는 핵무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국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며 최종 목표는 남북관계의 주도권 장악과 북한식 통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핵의 본질에 대한 인식 공유가 대응방안에서 한목소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