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노린 US오픈 컷 탈락에 충격,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부모님과 결별… 외국인 매니저 채용 ‘투어 독립 선언’ 영어-문화 빨리 배워 마음 안정 찾고 훈련-숙식 등 새 환경 적응력 키워
전인지가 18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대 메이저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스카이다이버가 전달한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인지는 “내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더 노력하겠다. 다음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LPGA 제공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보기 드문 소감을 밝힌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전인지는 7월 2연패를 노렸던 US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하며 충격에 빠졌다. 전인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직행의 길을 열었다. 그에게는 신데렐라 탄생의 무대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당시 전인지는 부모님, 스승인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 등과 상의해 ‘홀로서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올해 LPGA투어 진출 후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던 아버지, 어머니는 귀국했고, 그 대신 호주인 여자 매니저, 북아일랜드인 캐디와 투어 생활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 전종진 씨는 “부모와 떨어져 강해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영어가 부족한 부모님이 딸에게 괜한 짐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골프 선수 출신 전담 매니저 카일리 프랫(왼쪽), 덴마크인 동료 선수 페르닐라 린드베리(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전인지.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 제공
IQ 138의 수학 영재였던 전인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 철저한 사전 준비와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밝혔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그는 스윙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 회복에 집중했다. 전인지는 “나는 100점 만점에 96점 정도로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우승이 없어 실망하는 분위기여서 부담이 컸다. 그럴수록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골프를 즐기려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어드레스에서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나오면서 공이 왼쪽으로 말리는 현상을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19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이어 개인 최고인 3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