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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기대하시라”

입력 | 2016-09-20 03:00:00

떠돌이 ‘저니맨’ 최익성의 도전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 모아 야구사관학교 통해 재기도움 이어 “독립구단 창단” 더 큰 꿈 꿔




최익성 저니스포츠 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가운데)가 프로야구 선수 지망생 서시원(왼쪽) 황유찬 씨와 함께 오른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익성 대표 제공

12인승 승합차에서 남자들이 줄줄이 내렸다. 짧은 머리의 중학생부터 20대 청년까지. 옷차림도 야구 유니폼에서 일반 트레이닝복까지 제각각이었다. 야구 장비를 들고 그들이 향한 곳은 운동장이 아닌 서울 광진구의 4층짜리 건물이었다. ‘저니스포츠 야구육성사관학교’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에는 인조잔디가 깔린 훈련장을 비롯한 각종 연습실이 있었다. 기술연습실에서 선수들의 투구 폼을 지도하고 있는 얼굴이 낯익었다. 1994∼2005년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던 최익성(44)이었다.

삼성에서 데뷔해 한화, LG 등 12년간 프로야구 유니폼을 6번 갈아 입었던 최익성 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에겐 늘 ‘저니맨(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은퇴 후에도 그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포장마차 주인, 출판사 사장, 청바지업체 사장 등등. 한때는 배우에도 도전장을 냈던 그가 2012년 야구육성사관학교를 세우며 다시 야구공을 쥔 건 ‘제2의 최익성’을 만들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중 2때 야구를 시작하다 보니 평생 ‘넌 늦었다’는 주변의 시선과 싸워야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하지 않거나 운동부 출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야구선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야구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도 프로무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비를 털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미 kt 윤동건 등 4명을 프로 무대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에 있던 학교를 광진구로 옮긴 최 대표는 올해 ‘제2의 개교’를 선언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금전적 부담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계획한 대로 야구육성사관학교를 매끄럽게 운영하지 못했다. 11월에는 많은 것을 재정비해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11월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각 구단에서 선수들의 방출을 시작하는 때다. 야구육성사관학교는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 고졸 선수들과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모아 최종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경기)을 할 계획이다. 여기서 선발된 선수들로 장차 독립구단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최 대표는 “야구 실력 외에도 인성, 영어 교육 등 ‘좋은 야구선수’가 되는 모든 과정을 가르쳐주는 종합 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 훈련이 끝난 뒤 최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부르기 시작했다. 최 대표와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했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가사를 좋아한다는 최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예기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듯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