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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장혜지 “미국 활동, 수많은 오디션 낙방의 결과”

입력 | 2016-09-20 03:00:00

오페라 ‘마술피리’로 국내 무대 서는 소프라노 장혜지




수천 명 앞에서도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 장혜지는 사진 촬영 때 사람들이 쳐다보자 쑥스러워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혼자 오래 살아 셀카만 찍다 보니 남이 찍어 주는 것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소프라노 장혜지(34)는 국내 무대에서는 신인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국내 첫 데뷔 무대였다. 여기서 호평을 받은 그는 23, 25,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미국 무대에서 도드라진다. 2007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서울대 대학원 졸업 뒤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맨해튼 스쿨오브뮤직을 거쳐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NEC)에서 전문연주자 과정을 밟았다. 지난해까지 미국 카네기홀 등에서 ‘마술피리’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카르멘’ ‘사랑의 묘약’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2011년부터 프로 가수 생활을 했어요. 1년에 100일 정도만 집에 들어올 정도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오페라 무대에 섰어요.”

미국에서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살 떨리는 오디션의 결과물이었다.

“미국 오디션에서 정말 수없이 떨어져 봤죠. 처음에는 너무 많이 떨어져 제 실력에 대한 의문도 들었고, 좌절도 많이 했어요. 여전히 오디션에 떨어지면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2013년 도밍고가 1993년에 창설한 국제 오페라 콩쿠르인 ‘오페렐리아 2013’ 사르수엘라(스페인 가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 도밍고가 설립한 ‘LA오페라 도밍고-콜번-스타인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도밍고와 함께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도밍고가 저를 좋게 봐주는 것 같아 영광이죠. 전설적인 성악가임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본 도밍고는 정말 주위 사람을 잘 챙겨주는 소탈한 사람이에요. 기억력도 좋아 같이 공연한 성악가와 스태프를 다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줘요.”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장혜지는 한국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짐을 싸 귀국했다. 국내에서 아직 그는 신인이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마술피리는 거의 매년 국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에요. 제가 맡은 파미나 역은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이죠. 아마 많이 비교가 될 것 같아요. 차별화를 이뤄야죠. 목소리는 당연하고 외모도요. 요즘 많이 가꾸고 운동을 하거든요.(웃음)” 1만∼15만 원. 02-580-130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