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진그룹 계열사의 은행 대출 현황 등 재무상태 점검에 나섰다. 한진해운 물류사태 해결에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0일 “어제 시중은행에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사의 여신 현황을 상세히 파악해 이번 주 안으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안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의 여신 규모는 8월 말 현재 8조 원가량이며 대한항공이 약 4조 원으로 가장 많다.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의 은행권 여신 3조5000억 원도 포함돼 있다.
금감원은 “한진해운 사태가 길어지면 다른 그룹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전성 점검 차원에서 여신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과 해운업계는 이번 점검을 사실상 ‘한진그룹 압박용’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 회장과 한진해운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금융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여러 차례 이사회를 열었지만 배임 등을 이유로 한진해운 지원방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