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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11일만에 ICBM 카드… 1t 핵탄두로 워싱턴 타격 가능

입력 | 2016-09-21 03:00:00

[北, ICBM 엔진 실험]美 핵우산에 핵타격능력 ‘맞불’
‘백두산 계열’ 장거리미사일 엔진, 유엔총회 기간 맞춰 의도적 공개
10월 10일 당창건일-11월8일 美대선…효과 극대화 시점 노려 도발 나설듯




엔진도면 펼쳐놓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신형 로켓 엔진 분출 실험을 지켜본 뒤 웃고 있다. 테이블에는 로켓 관련 도면과 쌍안경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형 로켓 엔진 성능 실험 참관 소식을 20일 공개한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미 본토 핵 타격 능력 과시에 혈안


군 관계자는 “노동(준중거리)과 무수단(중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 올려 한국과 일본(주일미군), 괌 기지를 위협한 김정은은 미 본토에 대한 핵 타격력을 보여 주는 데 혈안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등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 본토에 ‘핵 비수’를 들이대는 전략을 착착 진행하는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의 사진 속 김정은 앞에는 ‘백두산 계렬(계열) 80tf(톤포스)급 액체로켓트(로켓)’라고 적힌 도면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 연소시험을 한 엔진이 백두산 계열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간 일본 언론과 총련 기관지 등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백두산’이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1998년 1월 대포동 1호를 시작으로 올 2월 광명성호까지 6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백두산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연소 실험의 화염 길이나 세기로 볼 때 ICBM급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성능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기는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 전후가 유력시된다. 앞서 북한은 올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한 데 이어 5차 핵실험도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에 강행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추이와 미국 대선(11월 8일) 일정 등을 고려한 최적의 발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형 로켓 엔진 시험 의도적 노출?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0일 홈페이지에 “17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통해 수직 연소 실험대 옆에서 엔진 설치를 위한 대형 크레인이 포착되는 등 연소 실험 준비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엔진 운송을 위해 레일 위에 설치된 보호용 덮개를 반쯤 옮긴 상태를 비롯해 연소 실험대 인근의 풀이 죽지 않은 상태로 미뤄 볼 때 실제 연소 실험은 17∼19일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17일)하고 한미일, 한일 외교장관회담(18일)이 열린 시점 등을 활용한 것이다.

서해 동창리 발사장을 주변국이 정찰 장비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연소 실험 준비 상황을 노출한 뒤 관영 매체로 공개해 국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노동신문은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채 “김정은 동지께서 서해 위성 발사장을 찾아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지도했다”며 관련 기사와 컬러 사진 9장을 공개했다.

올해 4월 엔진 연소 실험 때 김정은이 서 있던 전망대 주변에 차량 2대가 주차된 장면도 목격됐다. 이는 김정은을 맞이하기 위한 사전 점검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정은이 방문할 때엔 경호 차량 등이 동행하기 때문에 2대보다는 더 많은 차량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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