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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나의 글쓰기 투쟁, 더 나은 세상 위한 것”

입력 | 2016-09-21 03:00:00

[제6회 박경리문학상에 응구기 와 시옹오]수상자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인터뷰




▲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구기 와 시옹오는 “몰입해서 작업할 때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막막한 난관을 종종 겪는다. 그럴 때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한번 상상력의 파도를 타게 되면 그 쾌감은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토지문화재단 제공

“제가 글을 쓰는 건 제 자신을, 그리고 저를 만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구기 와 시옹오(78)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스무 개가 넘는 질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답했다.

그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단골 후보로 꼽혀 온 작가다. 19일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룩스는 그를 유력 수상후보 2위에 올렸다.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세계적인 소설가인 응구기는 작품에서 영국 식민지 체제에 있던 케냐 사회와 광복 이후 독재정권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삶을 집요하게 형상해 왔다. 그에게 ‘쓴다’는 행위는 ‘문학적 투쟁’이었던 셈이다. 그는 “1977년 케냐의 감옥에 갇혔을 때 썼던 소설 ‘십자가에 매달린 악마’는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의 ‘오적(五賊)’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며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케냐의 독립투쟁과 광복 뒤 혼란기가 글쓰기의 동력이 된 건가.

“내 글쓰기의 동력은 유년 시절 어머니와 이웃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영국 식민주의에 저항한 케냐의 역사에서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건 물론이다. 케냐의 역사에서 내가 본 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 처한 상황을 바꿔 나가려는 인간의 의지였다. 그게 내 글쓰기의 힘이 됐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거다. 하하.”

―케냐의 역사가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인 건가.

“가령 ‘한 톨의 밀알’이나 ‘피의 꽃잎들’에서는 제국주의 지배에 대한 투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 같은 투쟁이 평범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의 문제다. 케냐는 내가 나고 자란 모국이므로 그곳의 이야기는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국도 일제 치하에 있었다.


“내가 열두 살 때 어른들에게서 1950년 6·25전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비무장지대(DMZ)를 다녀오기도 했다(그는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를 위해 방한했다). 한국과 케냐의 현재에는 식민지 역사의 비극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분단 상황도 광복 이후의 혼란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당신은 영어가 아닌 기쿠유어로 글을 쓰는데, 이유는? (그는 초기에는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기쿠유어와 케냐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글을 쓰게 됐다. 이름도 ‘제임스 응구기’에서 ‘응구기 와 시옹오’로 바꿨다.)

“오랫동안 영어를 사용했던 게 사실이다. 영어는 세계적인 주요 언어이지만 내게는 ‘식민지 언어’이기도 하다. 기쿠유어는 아프리카의 언어이고 모국어다. 내게 아프리카 언어로 글을 쓴다는 건 자아해방을 의미한다. 영어든 아프리카어든, 얼마나 널리 쓰이든, 모든 언어는 평등하다고 생각한다.(기쿠유어는 부족어로 분류되지만 작가는 이런 표현을 싫어해 모국어로 부르고 있다.)”

―오늘날 문학의 죽음이 운위되고 있을 정도다. 21세기 소설가의 운명은 어떤 것인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상상력은 과학기술을 비롯한 모든 인류 발전의 핵심이다. 소설은 특히 인간관계, 역사와 환경, 꿈에 대해 섬세하게 파고드는 예술이다. 영화나 드라마, 인터넷의 파급력이 크다지만, 소설가는 이런 현상을 도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도 결국 글(시나리오)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내 작품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한 마음이다.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다. 독자들은 내 상상력의 친구들이다.”

응구기 와 시옹오는 10월 19일 방한해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박경리문학제 기간인 22일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한다. 문학제는 10월 7∼30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과 박경리문학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25일 오후 1시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응구기의 강연이 열린다. 033-762-1382. www.tojicf.org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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