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악 경영공백 위기감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재계 5위 롯데가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공백 위기를 맞게 됐다.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올 것이 왔다’며 신 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올까 숨죽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영 공백뿐 아니라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잃고 자칫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까 초조해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신 회장의 소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국내외 18만 명이 종사하는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이 힘을 모으겠다”며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달 2, 3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도 초청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러시아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롯데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유통 및 호텔사업 확장을 논의할 좋은 기회였다”며 “거의 한두 달에 한 번은 해외에 나가 사업 기회를 모색했는데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구속 시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점도 롯데의 고민거리다. 신 회장은 7, 8월 열린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그룹 내에서는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잃게 되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상무 등 일본 경영진의 지지 덕분이었다.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롯데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0%)가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될 경우 본인이 사퇴하거나 해임되는 문화가 있다”며 “만일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일본 경영진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속 시) 종업원지주회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본 경영진은 재판 과정까지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또 최대주주가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장악한 광윤사라 일본 경영진이 나서기에는 복잡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