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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홈피 80배 향상” 부풀린 행자부

입력 | 2016-09-21 03:00:00

[경주 지진 쇼크]CPU 4배-메모리 8배 늘려놓고 “지진 대응체계 개선” 섣부른 홍보
‘5만 동시접속에 먹통’ 원인도 몰라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지진 발생 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정부는 “성능을 80배나 향상시켰다”고 했지만 일주일 전에 비해 늘어난 접속자는 7000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정부가 홈페이지 마비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우한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은 20일 브리핑을 열어 “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된 원인을 아직 파악 중이다. 용량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 경주시에 12일 리히터 규모 5.8의 첫 지진이 발생했을 때 평소 500명 안팎이던 동시 접속자가 4만4000여 명으로 급증하면서 안전처 홈페이지가 멈췄다. 다음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신속한 대책을 주문했고 행자부는 14일 클라우드 기술 등을 적용해 안전처 홈페이지 성능을 80배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80배의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 담당자는 20일 오전까지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뒤늦게 이날 브리핑에서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용량을 각각 4, 8배 늘리고 여기에 클라우드 가상 서버를 1대에서 10대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예측마저도 빗나갔다. 김 센터장은 “이번 성능 향상 작업은 10만 명 동시 접속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계산하고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처에 따르면 19일 지진 때 안전처 홈페이지의 동시 접속자는 12일 지진 때보다 약 7000명 많은 5만1000여 명이었다.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성능을 높였다는 수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도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다. 더욱이 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한 19일까지도 “정부통합전산센터의 홈페이지 개선으로 6만90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80배 성능 향상’을 놓고도 안전처와 행자부가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능 향상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네트워크 전문가인 윤진철 라이프시맨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통상 가상서버를 활용하면 접속이 폭주할 때 자동으로 수용 규모를 늘리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게 기본”이라며 “이것조차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홈페이지가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행정자치부는 부랴부랴 성능을 향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처는 그 말만 믿고 손놓고 있던 결과다.

정성택 neone@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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