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보고서 토대로 4기 중 2기 확인
발굴 조사를 통해 새로 모습을 드러낸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고분군 8호분의 묘도(墓道).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고분군 서쪽지역 시굴조사에서 일제강점기 기록으로 전해온 고분 4기 중 2기가 왕릉급 고분임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기록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고분 3기도 새로 발견됐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1917년, 1937년 3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돼 15기의 고분이 확인됐다. 이후 1965∼1966년 고분군 봉분 정비 과정에서 고분 2기가 새로 확인돼 능산리 고분군 일대에는 총 17기의 고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확인된 고분 2기는 지름이 15∼20m 정도 길이의 횡혈식 석실(橫穴式 石室·굴식돌방무덤) 구조다. 기존의 백제 왕릉급 고분에서 확인됐던 무덤 외부를 둘러싼 호석(護石)이 있고, 고분 입구에서 유골을 안치한 방까지 이르는 연도(羨道)에서는 도금된 목관조각과 금동 못 등 유물도 발견됐다. 목관의 소재는 금송(金松)으로 확인됐다. 고급 목재인 금송으로 목관을 제작한 사례는 충남 공주시 무령왕릉 등 왕릉에서 주로 발견된다.
고분 2기 모두 당시 봉분의 모양, 호석, 묘광(墓壙·무덤에 관을 놓기 위해 판 구덩이)과 석실 등 조성 당시의 원형이 잘 남아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를 통해 백제 왕릉급 고분의 규모, 축조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여군 문화재사업소 여홍기 소장은 “발굴 작업이 안 된 고분 5기에 대해 추가 조사 및 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정비 작업 등을 거쳐 3년 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