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재출연(私財出捐)’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내놓는 것입니다. 사회공헌사업에 개인의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도 사재출연이지만 주로 대기업의 총수가 회사를 위해 사재를 내놓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지거나 심지어 도산한 이후에도 총수에게 사재를 출연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나타나곤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의 애플이나 GM,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모두 주식회사입니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원자재와, 노동, 기계 등을 구매하고 조직화하는 주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데 주식회사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한 사람들이 주주가 되며 이들은 자신의 지분 한도 내에서 회사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주식회사가 아닌 기업들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판매를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합니다. 하지만 주식회사가 아닌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무한책임을 집니다. A라는 사람이 출자를 해서 B라는 기업을 설립한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출자자인 A가 기업 B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는 것은 B가 도산했을 때 A는 자신의 투자금액을 전부 날리는 것에 더해 사재를 팔아서라도 B가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B의 유일한 출자자가 A이기 때문에 이렇게 무한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면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래 철강, 화학, 전자, 자동차 등 대규모 신산업을 발전시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데에는 유한책임회사인 주식회사의 공이 큽니다. 주식회사의 등장이 대규모 자본 동원을 가능하게 해서 비약적인 생산의 증대와 경제발전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식회사의 장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는 창의적인 기업가정신도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주주에게 기업에 대한 무한책임과 사재출연을 요구한다면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들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게 될 것입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