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법원이 이같이 판결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집으로 도망치기만 하면 처벌을 면한다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지요.
경찰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할 때 또는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음주측정을 할 수 있고, 이때 운전자는 그 측정에 응해야 합니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만일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 제2호).
영장주의의 원칙상 경찰은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예외적으로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제217조 제2항),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한 상황 때문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 역시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지만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위 사안에서 경찰이 운전자의 집으로 들어가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수색에 해당하는 강제수사입니다. 당시 경찰은 아무런 영장 없이 집에 들어가 자는 사람을 깨워 음주측정을 요구했습니다.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영장도 없이 이루어진 위 수사는 위법한 수사에 해당하고 적법한 음주측정 요구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경찰의 위법한 음주측정에까지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에 불응하더라도 음주측정 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