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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테러범, 폭탄 10개 설치… 2011년 탈레반 근거지 방문

입력 | 2016-09-21 03:00:00

아프간-파키스탄 수차례 방문… 급진 이슬람주의에 빠져든듯
“수염기르고 무슬림옷… 사람 변해”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 美 데려와
맨해튼 등 2곳만 폭발… 8곳 불발… FBI, 살인미수 등 5개 혐의 기소




미국 뉴욕과 뉴저지 폭발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19일 경찰에 체포된 아마드 칸 라하미(28)가 설치했던 폭발물은 모두 10개에 이른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이 중 17일 오전 뉴저지 주 시사이드파크 마라톤 행사장의 쓰레기통에 설치된 파이프 폭탄과 같은 날 저녁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서 쓰레기통 안에 있던 압력솥 폭탄만 터졌다. 시사이드파크의 폭탄은 마라톤 행사 전에 터져 피해자가 없었고, 첼시 지역 쓰레기통 폭발로 29명이 다쳤다. 하지만 시사이드파크 인근서 발견된 2개의 불발탄과 첼시 인근에서 발견된 다른 1개의 불발탄, 그리고 18일 저녁 뉴저지 주 엘리자베스 기차역에서 발견된 배낭 속 5개의 폭탄까지 8개 폭탄은 불발에 그쳤다. 경찰은 이 10개의 폭탄을 모두 라하미가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하미는 연방수사국(FBI)이 공개 수배한 지 4시간도 지나지 않은 19일 오전 11시 15분경 뉴저지 주 북동부 린든에서 총격전 끝에 붙잡혔다. 라하미는 한 술집 앞에 술에 취한 듯 잠들어 있었고, 이를 발견한 술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그를 깨운 뒤 두 손을 들라고 명령했으나 라하미는 이에 불응하고 권총을 꺼내 쐈다. 경찰은 곧바로 대응 사격에 나서 다리와 어깨에 3발의 총격을 가한 끝에 그를 검거했다. 라하미는 이날 경찰관 살인미수와 2급 불법 무기 소지 등 총 5개 혐의로 기소됐다.

아프가니스탄 출생인 라하미는 미국으로 이민 온 뒤 엘리자베스 자택 1층에 있는 아버지의 치킨집 ‘퍼스트아메리칸 프라이드치킨’에서 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2011년부터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여러 차례 방문해 수주일에서 길게는 1년 동안 머물며 급진 이슬람주의에 빠져든 것으로 추정된다. CNN은 라하미가 2011년 파키스탄의 퀘타를 방문했다면서 퀘타는 탈레반의 근거지라고 전했다.

라하미는 같은 해 파키스탄 출신 여성과 결혼해 미국으로 데려왔다. 이 여성은 며칠 전 파키스탄으로 떠났는데 이번 사건 직후 경유지인 한 중동 국가에서 미 당국에 의해 신병이 확보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그가 남편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라하미는 파키스탄 및 아프간 방문 직후 미 당국의 심문을 받았으나 “고향의 가족 친지들을 만났고, 친지의 결혼식 등에 참석하고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무슬림 남성의 전통에 따라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무슬림 옷을 입는 등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라하미의 친구 플리 존스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았다. 진지해진 데다 완전히 폐쇄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라하미는 2014년 총기 불법 소유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가족과의 다툼에서 상대의 다리를 칼로 찔러 기소된 적이 있다. 하지만 급진 이슬람 활동으로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라하미가 아프간을 방문할 무렵인 2011년 라하미 가족이 “무슬림이라 차별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점이 눈길을 끈다. AP통신에 따르면 라하미 가족은 시청 공무원이 경찰을 동원해 가족이 운영하는 치킨집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폐점하려 했고 고객들로부터 “무슬림들은 골칫덩어리” 같은 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2012년 법원이 라하미 가족 중 일부에게 공무집행 방해로 유죄를 선고한 후 사실상 종결됐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권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