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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이사장 “中동북공정-日독도도발 맞서 역사 방위군 역할”

입력 | 2016-09-21 03:00:00

창립 10년 맞은 동북아역사재단 김호섭 이사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재단 집무실에서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한민국에서 동북아시아 역사는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 동북아 역사 왜곡 등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이 이달 22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앞두고 19일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62)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재단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동북아역사재단의 역할을 일본과 중국 등의 역사 왜곡에 맞선 ‘역사의 방위군’으로 비유했다.

“일본과 중국은 자국의 역사관을 국제적으로 반영하려고 전천후로 뛰고 있어요. 일본은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연간 300만 달러(약 30억 원)씩 5년간 파격 지원하고 있고요. 한국은 한발 늦었지만 역사 왜곡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는 고구려와 발해 등의 연구 성과를 국내외에 알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단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와 하와이대 등과 학술 교류를 하고 영문판 동북아역사저널(Journal of Northeast Asian History) 등을 발간하며 재단 연구 총서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 출판한다. 동시에 국내에선 강단 사학자와 재야 사학자의 소통을 위해 분기별로 학술회의를 열고, 고교 선택과목으로 ‘동아시아사’를 신설했다.

“재단은 동북아 영토와 역사를 연구하고 국내외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정부에 정책을 건의한다는 점에서 일반 연구기관과 다른 점이죠. 일본 역사교과서가 개편될 때마다 미리 입수해서 문제점을 분석해 관계 기관에 보고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식이에요.”

특히 김 이사장은 “독도 영토 주권을 지키는 게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독도 연구를 수행하면서 해외 역사 교사들을 독도로 초청하고 서울 서대문구에 독도박물관을 지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산 낭비 논란도 적지 않다. 최근 8년간 45억 원이 투입된 동북아 역사지도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민족의 역사 강역을 시대별로 표기한 지도를 만들 목적이었지만 ‘함량 미달’ 문제가 불거져 결국 폐기됐다.

“연세대·서강대 사업단이 사업을 맡았는데 역사학자들이 주로 사업에 참여해 지도로서의 함량이 떨어졌죠. 사업의 자문위원이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있었습니다.”

그는 “재단이 사업 관리·감독을 잘못한 책임이 크다”면서도 “동북아 역사지도를 다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서에 쓰이는 역사부도는 중국과 일본이 제작한 지도를 차용해 쓰고 있는 실정이죠.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우리가 만든 동북아 역사지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 “새로 제작하는 역사지도에는 역사학자, 지도학자, 역사지리학자를 골고루 참여시키고, 인터넷 포털 등을 이용해 디지털화도 함께 하겠다”며 “교육부의 의견을 반영해 외부 기관에 용역을 주지 않고 재단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내년도 예산(3억 원)으로 지도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15년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의 임기는 2018년까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