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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선 후기의 학자 윤기(尹/·1741∼1826) 선생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 실린 ‘잡설(雜說)’ 중 한 편입니다. 우화 형식의 작품이라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우화가 그렇듯 인간세태를 절묘하게 그려내어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거미는 그저 자기의 재주로 모든 날아다니는 것들을 얽어맬 수 있다는 것만 믿었지 벌이 독침으로 자기를 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不知). 벌은 그저 독침만 쏘면 다 되는 줄 알아서, 자기를 해치는 자와 자기를 구해주는 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不擇) 쏘아대는 바람에 자기를 구해주려던 자가 도리어 자기를 해치도록 만들었다.
아이는 거미가 그렇게 죽은 것만 다행으로 여기고 벌의 독침이 무섭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서(不思) 벌을 곤경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려고 하다가 벌의 독침 또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다(不虞).
“천하의 모든 일이 어찌 다만 이와 같기만 할 뿐이랴(天下之事奚但如斯而已也).”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