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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의 시장과 자유]일본 관광산업의 ‘3종 신기’와 한국

입력 | 2016-09-21 03:00:00


권순활 논설위원

이르면 내년부터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입국 심사 시간이 단축될 것 같다. 일본 정부는 방일 외국인 증가에 따른 공항 혼잡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입국 심사를 출발지에서 마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선 한국 및 대만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다른 나라로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공항-JR 패스-비즈니스호텔

작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연인원 1974만 명으로 방한 외국인 1323만 명보다 651만 명 많다. 질적인 차이는 더 크다. 한 번 여행한 뒤 다시 찾는 재방문율은 중국인의 경우 한국은 37%, 일본은 80%다. 단체관광 대신 개별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도 일본이 훨씬 많다.

초대형 지진의 위험 속에서도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경쟁력 높은 한국형 면세점 도입, ‘혼밥(혼자 밥먹기)’ 메뉴도 풍부한 외식문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치안 같은 요인과 함께 나는 일본의 관광 인프라가 지닌 세 가지 강점에 주목한다.

일본은 북쪽의 홋카이도부터 남쪽 규슈와 오키나와까지 지역별 거점 도시 곳곳에 국제선 공항을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공항만도 20곳이 넘는다. 지방 국제공항은 한때 재정 낭비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방일 외국인의 64%를 차지하는 한국 중국 대만인들이 일본 전역을 여행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관광수입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으로 확산되는 효과도 만만찮다.

교통요금이 비싼 일본에서 JR 패스는 관광객들의 지갑 부담을 줄여주는 ‘효자’다. 전국을 커버하는 패스 외에 지역별로도 다양한 패스가 발매돼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한다. 역 주변을 중심으로 발달한 숙박비 1만 엔 이하의 비즈니스호텔은 한국의 상당수 모텔과 달리 외관과 분위기가 밝고 깔끔해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일왕가(日王家)에서 유래된 ‘3종의 신기(神器)’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국제선 공항, JR 패스, 비즈니스호텔은 일본 관광산업을 떠받치는 ‘3종의 신기’라고 할 수 있다.

관광자원의 질과 양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많은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을 국토 전역에 불러들이는 일본과 달리 외국인들이 서울과 제주도에만 몰리고 다른 지역은 소외당하는 현실은 다른 문제다. 손학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과거 필자에게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에서도 사회 전반의 서울 중심 사고(思考)에 좌절감을 자주 느끼는데 다른 지방은 오죽하겠느냐”고 토로한 적이 있다. ‘서울 공화국’의 그늘은 관광 분야도 다르지 않다.

일부 지방 공항의 유용성을 둘러싼 논란을 모르진 않지만 관광산업의 미래와 지방경제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인천 김포 제주 김해공항 외에 대구 무안 양양 청주공항도 인접국인 중국 일본 대만 여행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레일도 JR 패스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 개발을 검토할 만하다.

투어에서 트래블의 시대로

한양대 관광학부 이훈 교수는 “지금까지는 패키지를 통해 들어오는 대량 관광객 위주의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늘어나는 개별 여행객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어느 지인은 이를 “투어(Tour)에서 트래블(Travel)로의 변모”라고 표현했다. 외국인들이 서울과 제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이 늘어날 수 있도록 민관(民官)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