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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많아야 1주일에 한 번? 적어도 3∼5회 강한 트레이닝이 ‘운동’이다

입력 | 2016-09-22 03:00:00

<2> 등산은 ‘운동’이 아니다




어느덧 가을, 전국의 산들이 선명한 단풍으로 물드는 시기다. 이맘때면 여름내 더위에 지쳐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도 단풍에 이끌려, 혹은 사람에 이끌려 산으로 몰려든다. 사실 계절에 상관없이 주말만 되면 등산로 입구는 항상 붐빈다. 통계에 의하면 등산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취미 활동이라고 한다. 유난히 높은 인구 밀도 탓일까.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치고도 이런 등산 사랑은 유별난 구석이 있다. 어쩌면 비교적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을 오르면서 비좁은 도시 속 일상의 갑갑함을 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을 오르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땀도 흘리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등산을 과연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등산은 운동이 아니다. 적어도 건강의 관점에서 본다면, 주말에 어쩌다 한 번 하는 등산은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꾸준히 하지 못하면 운동이라 할 수 없다

우선은 합리화다. 운동을 했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받으면 막걸리에 파전처럼 운동의 효과를 상쇄하는 선택을 하기 쉬워진다. 물론 등산 자체만 놓고 보면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칼로리 소모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심장과 폐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는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산을 운동이라 부를 수 없는 건 다름 아닌 ‘횟수’ 때문이다. 등산이 직업이 아닌 이상, 꾸준히 한다고 해 봐야 기껏해야 고작 일주일에 한 번이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과 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용어 문제도 얽혀 있다. 우리는 보통 몸을 움직이는 모든 활동을 뭉뚱그려 운동이라 말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개념이 섞여 있다. 약수터 체조부터 운동선수들의 전문 훈련에 이르는 모든 신체 활동을 ‘운동’이라는 말로 부르다 보면 정작 필요한 효과는 얻지 못한 채 오해에 빠지기 쉽다.

학술적으로 정의하자면 운동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 엑서사이즈(exercise), 트레이닝(training)이다. 신체활동은 의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우리가 흔히 ‘운동을 한다’고 할 때의 뜻은 여기에 가깝다. 흔히 ‘운동’으로 번역되는 엑서사이즈는 신체활동의 하위 분야로서, 몸을 움직이는 순간 자체에 목적이 있다. 땀이 나고 숨이 차고 기분이 들뜨는 것은 엑서사이즈의 역할이다. 등산은 엑서사이즈 관점의 신체활동이다.

장기적 목표 갖고 하는 운동 ‘트레이닝’

하지만 우리가 건강을 생각한다면 엑서사이즈보다는 트레이닝의 관점에 충실해야 한다. 엑서사이즈와 달리 트레이닝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는 신체활동을 뜻한다. 우리의 몸이 하루아침에 망가지지 않듯, 당신의 건강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등산이 운동이 아니라는 말은, 즉 등산이 건강을 위한 트레이닝이 아니라는 뜻이다.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고자 한다면 당장의 효과만을 누리는 엑서사이즈보다는 장기적인 효과를 바라본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다.

트레이닝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무리 못 해도 일주일에 3∼5회는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해야 한다. 미국 심장학회(AHA)의 2016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혈관계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일주일에 5일 이상, 매회 3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운동과 함께 주 2회 이상의 고강도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라 하면 뛰면서 옆사람과 대화하기 버거울 정도의 수준이고, 고강도 근력운동은 바벨이나 덤벨 같은 중량을 10번 정도 들고 더 이상 못 들 것 같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 그나마도 심혈관건강의 유지관리 수준이 이 정도다. 고작 일주일에 한 번, 잡담을 하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는 등산으로는 이 권고안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 건강 개선은 고사하고 유지관리조차 힘들 수밖에.



레저-엑서사이즈 넘어선 피트니스-트레이닝을


그렇다고 해서 조기축구회나 산악회 활동 자체가 틀렸다는 건 아니다. 뭐가 됐건 주말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등산을 하고 있다는 건 그 활동에 재미를 느꼈다는 말이고 어떤 활동이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고, 재미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정말 건강을 위한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로 시간을 내어 더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또 알아 두어야 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fitness)다.

신체활동을 시점에 따라 엑서사이즈와 트레이닝으로 나눌 수 있다면, 목적에 따라서는 피트니스, 레저, 스포츠로 나눌 수 있다. 피트니스는 체력 관리를, 레저는 여가 선용을, 스포츠는 경쟁을 중점적인 가치로 둔다. 요컨대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을 하는 건 피트니스에, 주말 취미인 등산은 레저에, 조기축구회는 스포츠에 속한다. 따라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피트니스 형태의 트레이닝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일어나서 30분씩 줄넘기를 하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는 것도 좋고, 팔굽혀펴기나 스쾃(squat)의 개수를 조금씩 늘려 나가도 좋다.

이제 평균수명 100세 시대다. 1년, 10년, 30년을 바라본다면 오늘을 위한 레저-엑서사이즈에 더해 내일을 위한 피트니스-트레이닝을 시작해야 한다. 헬스클럽도 좋고 집에서 맨몸으로 하는 운동도 좋다. 마침 바깥 날씨가 좋아 걷기나 달리기 대회도 많이 열린다. 곧 겨울이 찾아오면 등산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취미를 넘어선 건강관리를 시작하려면 바로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가까운 헬스클럽과 공원은 지금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피톨로지 페이스북: 생각하는 운동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