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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지금 음식쓰레기 줄이기 전쟁

입력 | 2016-09-22 03:00:00

기한 갓 지난 식품 재활용… 먹다 남은 음식은 싸가고




세계 음식물쓰레기의 40%가 유럽에서 나온다. 식재료가 풍부하고 음식을 재활용하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고 여기는 유럽인들은 전체 음식의 3분의 1가량을 버린다. “2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환경 문제까지 제기되자 유럽 각국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연 1500만 t의 음식물을 버리는 영국의 북쪽 도시 리즈 근처에 최근 첫 음식쓰레기(food waste) 슈퍼마켓이 문을 열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유통기한이 갓 지났거나 품질이 좋지 않아 버려지는 음식물을 모아 파는 곳이다. 어차피 버려질 음식들이니 가격은 소비자가 내고 싶은 만큼 내면 된다. 최근 남편이 직장을 잃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커스티 로즈 씨는 “이곳은 우리 가족에게 구명줄과 같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도 해결하니 일거양득이다. 사업을 기획한 ‘리얼정크푸드프로젝트’ 창립자 애덤 스미스 씨는 “앞으로 다른 도시에도 이런 슈퍼마켓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부터 100만 유로(약 12억5000만 원)를 들여 ‘도기백(doggy bag·강아지 가방)’을 ‘패밀리백(family bag)’으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식당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가방을 도기백이라 부른다. 먹다 남은 음식을 싸서 집에서 기다리는 개한테 갖다 준다는 뜻이다. 그만큼 먹다 남은 음식을 사람이 다시 먹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 이탈리아도 매년 500만 t의 음식물쓰레기가 쏟아지자 정부가 나서 남은 음식을 가져가 집에서 먹자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도 올 1월부터 1년에 180일 이상 영업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도기백 포장을 의무화해 남은 음식은 무조건 싸주도록 했다. 독일 식당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남기면 1∼2유로를 내는 ‘다 먹든지 돈 내든지(eat up or pay up)’ 캠페인이 한창이다.

음식물쓰레기 슈퍼마켓의 원조는 덴마크다. 2월 개장한 이 슈퍼마켓에서는 2유로만 내면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먹을 만한 음식물을 종이가방에 한가득 가져갈 수 있다. 사용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기백’을 ‘구디백(goody bag·아이들이 파티 후에 과자를 넣어가는 선물 가방)’으로 바꾸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