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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연내 애니메이션 성지 88곳 선정 “순례코스 개발해 외국관광객 유치”

입력 | 2016-09-22 03:00:00

애니메이션 투어리즘 협회 신설… ‘건담’ 시리즈감독, 초대 이사장으로




“빠빠빠 빠라바밤∼.”

일본 도쿄(東京)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역에서는 열차가 출발할 때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만화 ‘철완 아톰’(한국명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곡이 울려 퍼진다. 아톰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다. 만화에선 역 근처에 아톰이 탄생한 과학성(科學省)이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이 만화를 그린 ‘애니메이션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1928∼1989)의 프로덕션도 인근에 있다.

도쿄의 미타카(三鷹) 시의 한적한 주택가에는 ‘애니메이션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 세계를 충실히 재현한 ‘지브리 미술관’이 있다. 연중 세계 각지에서 팬들이 찾아와 한참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일본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국의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달 16일에는 애니메이션·만화 관련 기업들과 일본 최대 여행사 JTB, 일본항공(JAL),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등이 참여하는 ‘애니메이션 투어리즘 협회’가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에 인기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도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가 취임했다.

협회는 올해 말까지 인터넷 다국어 홈페이지(animetourism88.com)를 통해 △애니메이션 만화의 무대가 된 지역이나 장소 △작가의 연고가 있는 거리나 생가, 기념관 △작품 관련 박물관 시설 등을 접수하고 있다. 협회는 많은 이들이 신청한 88개 장소를 ‘애니메이션 성지’로 선정할 계획이다. ‘성지’들을 연결하는 ‘순례’ 관광 루트를 만들어 해외 여행객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애니메이션 성지 장소를 88개로 정한 것은 일본에서 유명한 시코쿠(四國)의 88개 사찰 순례 길에서 착안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애니메이션 성지 방문을 목적으로 일본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며 “애니메이션 무대 중에는 지방의 거리 상점이나 신사, 문화시설 등이 많아 지방 활성화로도 연결하고 싶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해외 관광객을 현재의 2배인 4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일본 정부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쓰루호 요스케(鶴保庸介) 쿨저팬(Cool Japan) 전략 담당 장관은 “관광청과 협력하면서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