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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한강공원 자전거대여소, 왜?

입력 | 2016-09-22 03:00:00

기존 2배 가격 낙찰받은 운영자… 영업손실 커지자 두달전 포기
차기 사업자 선정 늦어져 시민 불편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대여소에 자전거 수백 대가 천으로 덮여 있다. 한강공원 내 자전거대여소 12곳은 3개월째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인데….”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로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대여소. 선선한 가을 날씨에 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자전거대여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공원 곳곳을 누비고 있을 자전거 수백 대는 대여소 한쪽에 녹색 천으로 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날 자전거를 빌려 타기 위해 대여소를 찾은 시민들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날이 선선해져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려고 한강까지 왔는데 대여소가 닫혀 있어서 당황했다”면서 “집이 멀어 자전거를 끌고 나올 수도 없는데 무작정 문을 닫으면 어떡하느냐”고 불평했다.

한강공원 자전거대여소가 문을 닫은 건 7월부터다. 대여소를 운영하던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올 4월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 2명에게 대여소 운영을 맡긴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이들이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운영권을 포기한 건 누적된 영업 손실 탓이다. 공개 입찰 당시 입찰가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게 써낸 뒤 결국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

특히 올해 봄 서울에 미세먼지 출현이 늘면서 야외활동이 줄어든 것이 손실을 키운 결정적 원인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찰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다 보니 결국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라며 “사업자들이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업 허가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강공원 12개 지점에서 운영되는 자전거 2000여 대의 페달이 모두 멈췄다. 가을을 맞아 자전거 이용객이 몰릴 때이지만 새로운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시민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공공 자전거 따릉이, 자치구 대여소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허가 취소와 별개로 이들 민간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의 사업 포기로 시민 불편 등 손해가 막심하다”며 “일정 기간 서울시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여러 행정처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민간사업자들이 서울시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어 자전거 없는 한강공원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