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쇄도발 움직임]B-1B 2대 8일 만에 재출격 美, 북핵 대응 군사적 압박 본격화 北, 일회성 무력시위에 꿈쩍 안해… “고강도 조치 필요” 주장 힘얻어
한국에 처음 착륙한 B-1B ‘랜서’ 21일 경기 평택시 오산비행장에 착륙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미 공군 관계자들의 점검을 받고 있다. B-52, B-2와 함께 ‘전략폭격기 삼총사’로 불리는 B-1B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해 북한 지휘부와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핵우산 자산이다. B-1B는 2000파운드(약 900kg)급 합동정밀직격탄(JDAM) 24발이나 500파운드(약 226kg)급 비유도 재래식 폭탄 84발을 적재한다. 핵탄두 탑재 공대지 정밀유도폭탄도 20∼30발 탑재할 수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날 낮 B-1B 폭격기 2대는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싣고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30km 떨어진 경기 포천의 주한미군 사격훈련장 상공을 거쳐 오산기지까지 비행했다. 이 가운데 1대는 오산기지에 착륙했다. B-1B 폭격기의 한국 착륙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나머지 1대는 괌 앤더슨 기지로 돌아갔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평양 주석궁 등 수뇌부를 융단 폭격할 수 있는 막강 전력이 MDL을 근접비행하고, 대북 출격 태세를 유지하는 것에 북한이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회성 무력시위’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B-1B, B-2, B-52 폭격기가 한반도로 날아와 대북 경고를 했지만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위협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고강도 군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폭격기들을 괌 기지처럼 주한 미 공군기지에 3∼6개월가량 순환 배치하거나 핵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핵잠수함(SSBN)을 제주나 진해 해군기지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한국을 핵 공격하면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보복 응징한다는 대한(對韓)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김정은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특수부대가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압박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해군과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이날 북한의 도발 상황을 상정해 서북 도서에서 실전적 증원훈련을 실시했다. 올 3월 4000명 규모로 창설된 이 부대는 유사시 북한 등 한반도 전역으로 24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