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세일 페스타 29일 개막]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확정
올해 3월 결혼한 김영주 씨(33)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리 신혼살림을 장만했다. 65인치 삼성 커브드(곡면) 4K 초고화질(UHD) TV를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1497.99달러(약 173만 원·당시 환율 기준)에 직구했다. 관세 38만 원, 배송비 30만 원가량을 합해 총 241만 원이 들었다. 김 씨는 “웨딩 마일리지 적립에 각종 할인을 받아도 국내 백화점에서는 같은 사양의 제품이 400만 원대였다”며 “관세·배송비를 합해도 절반 가까이 싸게 산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해외직구를 하지 않고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정부가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침체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를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처음 열린 내국인 대상 쇼핑 이벤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개최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합친 쇼핑·문화 축제다.
○ 지난해보다 규모 커지고 행사도 다양해져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대거 참여해 할인행사를 이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의류, 화장품, 식품 분야 제조업체들도 참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68개 업체, 4만8000여 개 점포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가하기로 했다. 전기전자 관련 제조업체 협의체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삼성, LG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 가전업체 등 다양한 전기전자 제조업체가 참여할 계획”이라며 “준비기간이 넉넉했던 만큼 상품 제조단계부터 코리아 세일 페스타 전용 상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 참여가 늘어난 만큼 지난해보다 할인 폭이나 품목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그랜저, 싼타페 등 일부 모델을 5000대 한정으로 5∼10%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냉장고와 세탁기, LG전자의 최고급 사양 TV 등도 최대 3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도 2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의류 및 잡화 등의 품목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열린 민관합동 추진위원회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축제로 진행할 계획이다”며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침체된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장기적으로는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국내에서도 이미 쇼핑행사의 효과가 입증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22개 주요 참여업체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7% 늘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부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참여업체가 많고, 행사도 다양해 내수부양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사가 일회성 정부 행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인 민간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쇼핑행사가 자리 잡기까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주도해야 소비자가 만족하는 지속 가능한 행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