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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권 자질론’ 꺼낸 남경필

입력 | 2016-09-22 03:00:00

여권내 날카로워진 ‘반기문 견제구’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다.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 이후 의원 몇몇이 모이는 자리에선 언제나 반 총장이 화제에 오른다. 새누리당에서 이제 반 총장은 내년 대선 구도의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인 셈이다. 그런 만큼 여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1일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자격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남 지사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헌법 67조와 공직선거법 15조에 따르면 대통령 피선거권(출마 자격)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해당한다”며 “물론 공무로 해외 파견된 경우는 예외로 하지만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정신은 여기에 발을 딛고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반 총장이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간 당내 일각에선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공개적으로 반 총장의 자격이나 자질을 겨냥한 것은 남 지사가 처음이다.

일찌감치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 카드’를 염두에 둔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반기문 띄우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한국에서 정치를 해보지 않은 반 총장이 고난도의 선출 과정과 험악한 검증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향후 ‘반기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벌써부터 (반기문 카드를) 밥상에 올리거나 친박이 나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역풍을 맞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기정사실화되면서 야권도 반 총장 견제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반 총장이 한반도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 취임(2007년 1월) 이후 북한이 모두 네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한 게 거의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태세다.

반 총장이 5월 방한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지만 귀국 시기 외에 향후 행보에 대해 묵묵부답하면서 여의도에는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다음 달 초 반 총장이 친박 인사인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대선 출마를 상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곽 회장의 부인인 김정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십자 비스타(VISTA) 프로그램을 통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 간 전 세계 인사들이 매년 정례적으로 만나는 자리”라며 “(일부 보도는) 대선과는 전혀 무관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대권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반기문 재단’이 설립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표적 측근 인사인 김숙 전 주유엔 대사는 “덜 무르익은 정도가 아니라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력 대선주자가 안 보이니 반 총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른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