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롱비치터미널 대신 매출채권 담보” “배임 우려” 꺼리다가 전격 결정… 밀린 하역비 등 ‘발등의 불’ 끌듯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두고 공전을 거듭하던 대한항공 이사회가 결국 600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채권단도 한진해운이 물류대란을 해결할 하역비를 마련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1일 오후 7시 반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사회는 담보설정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54%) 대신 향후 매출채권(약 2300억 원 규모)을 담보로 600억 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앞서 13일 집행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400억 원을 합쳐 총 1000억 원을 지원하게 됐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내놓기로 한 사재 100억 원까지 총 1100억 원을 지원받아 일단 밀린 하역비 등 ‘발등의 불’을 끌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의 유동성을 감안했을 때 600억 원은 언제든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필요한 절차를 밟은 뒤 이르면 이번 주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600억 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을 모두 내리는 데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 비용인 2700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한진해운이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채권단도 하역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한진해운의 회생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결단을 내린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진그룹이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족한 하역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당장 바다에 발이 묶인 선박들의 화물을 하역하는 데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채권단 자금 지원을 비롯해 물류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이은택·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