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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중국시장 이어주는 가교… 기업가 석사과정 졸업생 70%가 창업 도전

입력 | 2016-09-22 03:00:00

[청년이 희망이다/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홍콩과기대




“자동정화(self-cleaning) 필름으로 만든 태양열 발전 패널이에요. 연구실에서 몇 년간 매달린 기술로 창업의 꿈을 이뤘죠.”

지난달 16일 홍콩과기대(HKUST) 창업센터에서 만난 재학생 추이퀑호이 씨(27·전자컴퓨터공학대학원)는 자신이 개발한 자동정화 필름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중국 본토에서 태양열 발전 패널을 청소하는 데 쓰는 비용은 연 2조2600억 원. 추이 씨의 기술이 상용화하면 패널 청소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추이 씨처럼 최근 HKUST 연구실에서 창업 금맥(金脈)을 찾는 공학도들은 중국 본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공식 인구 13억6000만 명에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본토 시장은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드넓은 실습장이자 미래 시장이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전통적으로 금융업이 우세했던 홍콩은 대륙 시장을 공략하는 공학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확신이 확장됐다. HKUST가 1999년 ‘창업센터’를 열어 학내 스타트업 문화 조성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 ‘중국의 실리콘밸리’까지 1시간 이내

특히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선전(深(수,천))과 맞닿은 지리적 여건은 HKUST가 아시아의 스탠퍼드대로 부상할 수 있는 천혜의 여건이다. 선전은 글로벌 기술기업과 스타트업이 몰려들어 거대한 창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HKUST는 여기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다.

HKUST 컴퓨터공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리콴 씨는 올 6월 선전의 텐센트 ‘위챗’ 파트에서 인턴을 했다. 게임과 메신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텐센트는 설립 18년 만에 현재 시가총액 2566억 달러(약 287조3920억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굴지의 게임회사를 세우고 싶은 HKUST 학생들에게 딱 맞는 ‘롤 모델’인 것이다.

가깝고 롤 모델이 즐비한 선전은 학생들에게는 놀이터이자 도전장이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선전의 금속세공업체에서 인턴십을 했던 한 학생은 “지하철과 버스만으로 국경을 넘어 선전에 도착했다”며 “전쟁터 같은 선전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워 왔다”고 밝혔다.

HKUST는 선전으로 미래 창업가들을 안내하는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리저샹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선전엔 동문들이 세운 유명 스타트업들이 있다”면서 “규모는 작지만 후배들이 창업의 A∼Z를 모두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창업센터는 선전에 상주하는 동문들과 인턴십을 원하는 학생들을 적극 연결해준다. 창업캠프에 동문을 초청하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 선전 주름잡는 선배들이 롤 모델

팀 쳉 공과대학장은 “중국 ‘선전’을 주름잡고 있는 동문들이 HKUST 창업교육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드론(무인항공기) 시장점유율 1위 DJI의 프랭크 왕 최고경영자(CEO), 산업용 로봇개발사 QKM의 창업자 시징보 등이 이런 교육적 토양에서 나온 대표적인 창업 스타다.

인도 벨로르 공대를 졸업한 지테시 차브리아 씨(26·TLE 석사과정)는 뭄바이에서 게임개발자로 일하다 입학한 케이스다. 그는 “영어로 수업하고 공학과 경영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며 “충분한 연구비를 받아 창업과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졸업 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운동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해 창업의 꿈을 이뤘다.

지난달 기자가 방문했을 때 방학인데도 많은 학생이 제2의 프랭크 왕과 시징보를 꿈꾸며 창업센터(BASE)를 찾아 창업의 꿈을 불태우고 있었다. 탁구대를 책상 삼아 도면을 그리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친구들과 바닥에 누워 노트북 영상을 보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게리 챈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박사를 하던 시절 모이기만 하면 창업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다”며 “하지만 HKUST에 지금 그런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졸업생 70%가 창업… TLE 석사과정

설립 후 17년 동안 HKUST의 창업지원 시스템은 진화를 거듭했다. 하버드대 재학 중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 신화가 대학가를 휩쓴 2010년대 들어서는 창업과 학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확산됐다.

토론 끝에 HKUST는 2014년 ‘TLE(기술·리더십·기업가정신)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연간 15명 안팎의 학생을 소수 정예로 뽑아 창업에 필요한 공학 기술은 물론이고 재무, 인사 등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총망라해 전수한다. 입학생 전원은 매달 226만 원의 연구비를 받고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동시에 수강할 수 있다.

TLE에 입학하면 첫 3개월간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멘토 교수와 창립 멤버를 학내에서 채용한 뒤 개발에 들어간다. 필요한 기업인 네트워크와 기술자문은 학교에서 지원한다. TLE 과정생이 선전 인턴십을 하면 연구비와는 별도로 월 600달러(약 67만 원)를 추가로 준다. 급여와 상관없이 경험의 폭을 넓히고 창업 노하우를 배우라는 학교의 배려다. 이런 탄탄한 커리큘럼과 지원 시스템에 힘입어 졸업생 중 70%는 창업에 성공했다.

주룽=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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