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한 지붕 아래 두 회사 차량이 공동 생산되는 첫 사례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진기지를 마련하면서도 투자 리스크는 줄이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다임러그룹 간 첫 제휴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서로의 지분을 3.1%씩 나눠 가진 뒤 자동차 플랫폼을 일부 차량에 공유하고 엔진도 상대의 제품을 가져다 썼다. 르노-닛산의 자동차 플랫폼 ‘CMF’는 닛산 캐시카이의 1.6L 디젤 모델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적용됐다. 반대로 벤츠의 엔진과 변속기는 인피니티 Q50 디젤과 Q50S 하이브리드에 탑재됐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나 픽업트럭 등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점차 속도를 내던 두 자동차그룹 간 협업은 결국 공동 생산기지 설립에까지 이르게 됐다.
자동차업체들이 ‘적과의 동침’에 과감하게 나서는 이유는 한마디로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다. 당장 시장에 투입해야 할 가솔린 및 디젤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도 미래를 대비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지금까지 이룬 발전보다 향후 10년간의 변화가 더욱 혁명적일 것”(권문식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라는 말처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이에 ‘동맹’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 해운 등 운송서비스업은 이미 단체경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스카이팀’을 벗어난 대한항공, ‘스타얼라이언스’ 밖 아시아나항공은 상상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2M’에 가입하면서 살 길을 찾았고, 비록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물거품이 됐지만 한진해운도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디 얼라이언스’라는 해운동맹체를 조직했다.
이런 전략이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오랜 글로벌 경기침체로 ‘성장’보다 ‘생존’이 우선적 목표가 된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그동안 형제 기업으로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같은 플랫폼으로 쏘나타와 K5, 투싼과 스포티지를 만드니 개발비용이 줄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자기시장잠식(Cannibalization·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최소화하기가 수월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