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포수가 됐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어릴 때 포수가 멋있게 나오는 만화를 봤다. 어머니한테 포수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다음 날 야구부 감독님이 포수를 하라고 했다. 우리 어머니가 좀 입김이 셌다”고 거리낌 없이 답했다.
‘처음 감독 선임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도 “며칠 동안 가만히 누워 있다가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두산은 올 시즌 일찌감치 승차를 벌리며 긴장감이 돌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꾸준히 성적을 낸 강팀이긴 했지만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은 21년 만이다.
전날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21일 경기가 없어) NC 경기 결과에 따라 앉아서 우승할 수도 있는데 야구장에서 우승을 해야 그림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자 김 감독은 “우승만 하면 된다. 어떤 그림으로 우승하는지는 전혀 관계없다”며 “일단 하루빨리 우승을 확정짓고 싶다”고 돌직구로 말했다.
김 감독은 안 좋았던 경기 내용을 되짚을 때나 평소 선수에 대해 평가할 때도 에두르거나 얼버무리는 법이 없다. “자신감이 없는 게 눈에 보인다” “타이밍이 완전히 안 맞는다” “도저히 칠 것 같지 않다”는 식이다. 9월 1일 니퍼트가 완봉승을 거둔 뒤에는 경기 총평으로 “니퍼트”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나기도 했다.
취임 후 첫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무리캠프 도중 구단 경영진에 문자로 ‘장원준 나왔습니다’라고 한마디만 보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 목표를 밝혀 달라는 질문에도 김 감독은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등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
“작년 우승팀이 무슨 다른 목표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우승이지.”
강공 일변도로 달려온 두산은 정규리그 8경기를 남겨둔 현재 89승 1무 46패를 달리고 있다. 2000년 현대가 세웠던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승 기록(91승)도 경신할 기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