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장터에 올라온 판매 사진들. 제품 사진과 판매자의 사연을 함께 실어 읽는 재미도 갖췄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언뜻 보따리 풀어놓고 물건을 파는 시골 장터 모습 같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터’ 이야기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정감 넘치는 오프라인의 시골 장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장터’나 ‘시장’을 표방한 페이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누구나 무엇이든 팔 수 있다’를 모토로 내건 이 장터들은 판매 진입장벽을 없애고 SNS 특유의 이야기 공유 기능은 살려 호응을 얻고 있다.
○ 스토리 있는 SNS 장터
이 페이지 운영자인 김은규 씨(53)는 전남 강진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그는 “추억의 시골 장터를 SNS에 옮겨놓고 싶었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하자는 게 운영 취지”라고 설명했다. 페이지의 일부 참여자는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을 살려 최근 서울에서 오프라인 장터까지 열었다. 또 다른 SNS 장터인 ‘SNS 장마당’ 페이지 역시 지난해 8월 개설됐는데 벌써 1만5000명의 참여자가 모여 물건을 판매 중이다.
제품 생산자들이 직접 SNS에 판매글을 올리다 보니 상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을 타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충북 괴산에서 표고버섯 판매글을 올린 한 농민은 “며칠 동안 밤잠 3시간 정도 자면서 추석맞이 표고와의 전쟁 중인데 어제는 드디어 몸이 두 손 들고 밤에 잠을 자버렸어요. 수확 시기 놓친 표고 싸게 사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물건을 소개했다. 전북 정읍에서 백향과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3주 후 군대 가는 아들놈이 딴 백향과예요. 아들놈 용돈도 줘야 하는데”라는 재치 있는 글을 아들, 과일 사진과 함께 올려 공감을 얻었다. 운영자 김 씨는 “화려한 광고글 대신 내가 파는 물건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판매글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 진입장벽은 없애
이런 장터 페이지들은 누구나 ‘그룹가입’이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신이 생산하거나 취급하는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판매사이트와 다르게 판매자 등록도 까다롭지 않은 데다 상품 중개 수수료도 없다. 또 판매자와 구매자 간 자유롭고 편한 소통이 된다는 점에서 SNS 장터를 즐겨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