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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많이 파는 것보다 땅-농민과의 공생이 목표”

입력 | 2016-09-22 03:00:00

루이지 스코냐밀리오 이탈리아 유기농 오엠 화장품 창립자




루이지 스코냐밀리오 오엠 화장품 회장은 “회사 이름 OM은 제 두 딸인 옥타비아, 마리아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며 “두 딸이 나보다 더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탈리아 유기농 화장품 오엠(OM)은 최근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쓰고, 강남에서 많이 팔려 ‘청담동 화장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95% 원료를 회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수확한 식물로 만든다. 유기농 증명서도 획득한 이 화장품은 화장이나 농업과 거리가 먼 금융맨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오엠 화장품의 창립자 루이지 스코냐밀리오 씨(50)를 만났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로 환한 웃음을 지을 때면 영락없는 이탈리아 농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스위스 은행에서 일하며 런던과 홍콩 등에서 10년 넘게 일한 금융 전문가였다. 그는 “언젠가 내 사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막연하게 고향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세 때 앓았던 골수암 때문이다. 암에 걸리자 그는 학업을 그만두고 고향인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돌아갔다. 요양 중에 다양한 항암 치료제를 구해 자료를 찾아가며 약의 효능과 성분을 공부했다. 그는 “깨끗한 환경과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식물, 야생 허브들의 도움으로 2년 만에 암을 이겨냈다. 알고 보니 항암 치료제 성분의 95%가 꽃과 약초에서 얻어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금융맨 생활을 그만두고 토스카나 지방에서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유기농으로 식물을 키우면서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도 유기농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사해 보니 유기농 화장품이 틈새시장이어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2004년 토스카나의 야생 허브와 약용 식물을 원료로 오엠이 탄생했다.

그가 유기농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와 달리 현재는 프랑스, 미국 등 많은 화장품 기업들도 유기농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유기농을 통해 이루어지는 땅의 보존과 농업, 농민의 공생이 우리의 목적”이라며 “많이 팔기보다는 정직하게 진짜 유기농 제품을 계속 판매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자신의 농장 외에도 토스카나의 농업 지역 전체를 유기농으로 바꾸는 데 힘쓰고 있다.

천연 원료만 고집하다 보니 그해 경작 상황에 따라 화장품 생산량이 달라진다. 제조 기간은 길고, 유통기한은 짧다. 그는 화장품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유기농적 삶을 유지할 계획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품질 제품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고품질 제품은 값비싸고, 희귀하고, 첨단 기술의 제품이 아닌 유기농 제품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만큼 고품질은 없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