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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기계적 한계, 첨단의 마술로 극복… “난, 슈퍼 디젤 세단!”

입력 | 2016-09-23 03:00:00

석동빈 선임기자의 DRIVEN BMW ‘M550d xDrive’




BMW ‘M550d xDrive’

주차장에서 거만하게 버티고 있는 BMW ‘M550d xDrive’와의 첫 대면은 신선했다. BMW의 ‘M5’가 대놓고 전투적인 무사의 복장을 했다면 M550d는 검정 정장을 입은 할리우드 액션 배우 제이슨 스테이섬 같은 느낌이어서다.

크롬 라인으로 예쁘장하게 화장한 일반 5시리즈의 얼굴과는 달리 검은색 인테이크 그릴에다 안개등 자리에는 브레이크 에어 덕트 구멍이 뚫려 있다. 화가 좀 난 듯한 인상이다. 뒤태도 단단하다. 넓은 타이어가 범퍼 밑으로 살짝 보이고 트렁크에 올라간 큼직한 카본 스포일러와 검은색으로 코팅된 직사각형의 트윈 머플러 팁이 무림 고수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로 들어가 시트에 앉으니 역시 보통의 5시리즈와는 격이 달랐다. 시트의 폭과 길이, 그리고 등받이의 어깨 부분까지 10가지가 전동으로 조절되는 컴포트 시트다. 최상의 편안함을 주는 컴포트 시트가 없는 BMW는 사실 반쪽짜리다. 두툼한 손맛을 제공하는 스포츠 스티어링 휠도 매력적이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예상과는 다른 엔진 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4기통보다 약간 부드러워진 6기통 디젤 엔진음이려니 했는데 8기통 가솔린 엔진의 소리가 들렸다. 가속페달을 밟아 실린더 속으로 연료를 쏘아 넣자 1.9t에 가까운 차는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우렁찬 8기통 엔진음이 더욱 뚜렷하게 들렸다.

기계공학적으로는 도저히 연출할 수 없는 사운드여서 차를 멈추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가짜’다. 미리 녹음된 멋진 엔진음을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들어 있다.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런 장난을 치는 시대니 속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배기량과 기통 수가 줄고 터보가 기본이 된 ‘다운사이징’ 때문에 기계적인 사운드를 낼 수 없는 한계를 스피커에 의존해 풀어가고 있다.


드라이빙 모드를 가속력이 가장 강한 스포트 플러스로 맞추고 다시 가속페달을 냅다 밟았다. 분명 가짜 엔진 사운드지만 자꾸 들으니 진짜 같다. 4륜 구동인 xDrive 덕분에 뒷바퀴가 헛돌거나 하지 않고 깔끔하게 가속이 이뤄진다. 별로 빠른 것 같지 않은데 측정장비에는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이 4.8초로 찍힌다. 제원상 4.7초와 거의 같다. 그 이후에도 계기반의 바늘은 비현실적으로 앞자리 숫자를 바꿔간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간단한 튜닝을 거친 M550d는 시속 200km까지 가속력 대결에서 M5를 살짝 앞서 나갈 정도라고 한다.

차가 약간 무겁기는 하지만 4륜 구동임에도 급커브를 깔끔하게 돌아나가고 고속 안정감과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이 역시 첨단장비가 몰래 도와줘서다. 운전상황에 맞춰서 뒷바퀴의 각도를 최대 3도까지 움직여주는 ‘인티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부리는 마술이다.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운전을 해도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10km다. M5였다면 L당 5km에 불과했을 테다.

M550d는 고속 장거리 주행이 많고 자주 주유소를 방문해야 하는 게 싫은 운전자들을 위한 슈퍼 디젤 세단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