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한국 오페라계의 샛별이었던 소프라노 윤정인은 이제 유명 성악가, 교수, 해설가가 됐고 첫 연극 데뷔까지 앞두고 있다. 전설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의 재능있고 도도한 제자 샤론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연극 ‘마스터클래스’ 윤 정 인
수백 회 오페라 무대 오른 성악가…샤론 역으로 연극 첫 무대
잡지 ‘객석’ 객원기자 시절 윤석화와 인연으로 동반출연 결심
“정말 오랜 만이세요.” 그랬다. 세어 보니 7년 만이다. 7년 전 윤정인(35)은 한창 샛별처럼 솟아오르던 한국 오페라계의 보석 같은 소프라노였다. 당시 그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여주인공인 로지나 역을 맡고 있었다. 7년 만에 재회한 윤정인은 배 나온 기자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우물을 파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교육자, 해설가로도 이름이 높다. 현재 호원대학교 공연예술학부의 초빙교수이기도 하다. 물론 본업인 성악가로서의 활동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우연히 TV를 틀었다가 KBS 열린음악회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는 윤정인을 보고 반가웠던 생각이 난다.
● “무대는 나의 스승”
윤정인에게는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10월에 개막하는 연극 ‘마스터클래스’에서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윤석화 분)의 제자 샤론 역을 맡았다. 성악가 역할이기는 하지만 연극배우로서는 사실상 첫 무대이다. 윤정인의 출연은 윤석화와의 개인적 인연이 큰 계기가 됐다. 20대에 오페라 작품의 주연으로 데뷔한 이후 예술전문잡지 객석의 객원기자로 활동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이 잡지의 발행인이 윤석화였다. 윤정인은 “이번 출연 결정에는 윤석화 선생님의 데뷔 40주년을 축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고 했다.
윤정인이 맡은 역할은 세 명의 제자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난 샤론이다. 잘난 척하고 우쭐대는 인물이다. 노래 수업을 잘 받다가 스승 마리아 칼라스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남기고 나가 버린다.
윤정인은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고 했다. 마리아 칼라스가 제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대사이다. “여러분은 스스로 뭘 하고자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노래를 계속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배운 걸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윤정인은 “무대가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 수백 회의 오페라, 콘서트 무대를 경험하며 스스로를 다졌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성장해서 기회를 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이 꿈이었다”라며 “요즘은 가끔 내 꿈이 너무 소박한 건가, 더 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듣고 한 번이라도 감동해본 적이 있는 사람,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취준생처럼 삶의 무게가 버거운 사람들이 이 연극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그것이 희망이든 아니든, 분명 뭔가를 갖고 돌아가실 수 있을 테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