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서광동리 주민들… 24일 ‘광해악의 노래’ 무대 올려 서민들의 고초-삶의 애환 다뤄
제주의 시골 마을에서 감귤, 콩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과거 조선시대 후반 관폐 등의 척박한 환경을 이겨 내고 지혜롭게 공동체 문화를 지켜 온 마을 이야기를 뮤지컬 공연으로 보여 준다. 정도연 감독 제공
제주의 시골 농부들이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주민들은 마을 내 감귤 보관 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80석)에서 24일 ‘뮤지컬-광해악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다. 광해악은 서광동리 해발 246m의 오름(작은 화산체)으로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제주목과 대정현을 잇는 길이 열리면서 서광동리 사람들이 겪었던 고초와 삶의 애환을 다룬다. 고위 관리가 행차할 때마다 도롱이, 횃불 등을 준비하며 감내해야 했던 관폐 등 척박한 환경을 지혜롭게 이겨 내고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힘이 ‘수눌음’(품앗이를 뜻하는 제주공동체문화) 정신임을 깨닫는 내용이다.
‘뮤지컬 연출의 거장’으로 불리는 고 김효경 씨의 최초 여성 제자로 공연 기획과 연출가로 활동하는 정도연 씨가 대본과 연출을 작업하는 등 총지휘를 하고 있다. 정 감독은 “프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 고향 같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 공연은 서광동리 이만형 이장(58)의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마을 이야기로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단단해지고 마을 주민이 자긍심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서귀포시에서 지원하는 ‘2016 안덕면 주민 참여 예산’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
이 이장은 “관광객과 방문객에게 서광동리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해 정기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며 “감귤 창고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과 연계한 마을 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24일 오후 2시, 5시에 펼쳐지고 23일 오후 5시, 7시 두 차례 시연 행사를 연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