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어제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기를 꺼리는 것은 (대선)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개편의 핵심은 자산을 가진 고소득자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남아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현행 건보료의 모순을 고치자는 것이다. 성 이사장이 “현행 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편하면 박수가 나올 텐데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도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한 대로 제대로 된 개혁은 여유 계층의 단기적 저항은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공단 이사장이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공론에 부칠 정도로 현행 건보료 체계는 문제가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 자동차, 나이를 토대로 한 별도의 부과체계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 소득이 없는데도 집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더 많아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재임 시절에 “내가 퇴임하면 직장 있는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 보험료가 0원이고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보험료는 5만 원”이라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건보료 부과체계가 고쳐지지 않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이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작년 초 연말정산 파동에 놀라 발표 하루 전날 개선안을 백지화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개혁도 하지 않으면서 입만 열면 개혁 부진의 주범으로 ‘국회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일부 기득권층의 반발이 두려워 반드시 해야 할 개혁을 미루는 정부는 4대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