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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수해-核 사이… 민간단체 “인도적 지원” vs “군사적 전용”

입력 | 2016-09-23 03:00:00

북민협 1억 등 일부단체 모금운동 “피해 심각… 겨울 오기 전 도와야”
보수단체 “核-미사일로 돌아와 구호물품 투명분배 보장돼야”
여론조사선 56% 반대-34% 찬성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이어 신형 로켓 엔진 성능 실험에까지 나서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큰 수해를 입은 북한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대북 접촉과 물품 반출을 승인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일부 단체는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보수단체는 이에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북한 함경북도 지역 수해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인 이달 초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두만강이 범람한 이번 수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138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실종됐으며 이재민은 6만9000여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들은 실제 피해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기구는 이번 수해가 50∼60년 사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지원 단체들은 유난히 일찍 겨울이 찾아드는 함경북도 지역에 수해가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4개 대북 지원 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22일 “지난주부터 소속 단체를 대상으로 모금을 벌여 1억 원 이상을 모았다”며 “추운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도 “해외 동포 단체와 함께 이미 식량을 지원했고, 꾸준히 모금해 의약품, 방한용품 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일부는 대북 지원 물품 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 단체는 해외 단체 등에 현금을 보내 간접적으로 수해 지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핵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계속해 왔지만 결국 5차례에 걸친 핵실험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주장이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북한 이재민 지원이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지원 물품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런 전제가 없는 구호물자는 김정은의 위상과 입지를 강화해 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도 “지원한 돈이 핵 개발에 쓰였다는 정황이 있는데 홍수 피해 모금 활동을 통해 모은 물자가 또 이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회사원 진모 씨(29·경기 성남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지원이냐”며 “지진 피해를 본 지역을 어떻게 도울까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모 씨(70·여·서울 노원구)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차원의 모금으로 돕는 것이라면 찬성”이라고 했다.

 한편 22일 발표된 리얼미터·CBS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구호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은 33.8%로 나타났다. 반면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기조인 만큼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55.8%에 달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단비·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