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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외국계 회사만 배불려… 말버러-던힐 재고쌓기로 2083억 탈세

입력 | 2016-09-23 03:00:00

값 오른 뒤 1억3000만갑 팔아 차익… 감사원 “세금 2921억 추징해야”





 지난해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외국계 담배 제조사 2곳이 세금 2083억 원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담배 제조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하는 매점매석 고시를 발표했다. 2014년 9∼12월 월별 반출량이 2014년 1∼8월 월평균 반출량의 104%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말버러 담배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 갑 수준이었는데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말 전년도 동기 대비 24배에 달하는 1억623만 갑으로 재고를 늘렸다. 던힐 담배를 생산하는 BAT코리아도 2013년 말 재고가 전혀 없었지만 2014년 말에는 2463만 갑의 재고를 보유했다.

 두 회사는 일종의 보관 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와 전산망 등을 조작했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를 악용해 미리 담배를 빼돌려 담뱃세 인상 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수법으로 필립모리스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이 1691억 원, BAT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이 392억 원으로 총 탈루액이 2083억 원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허위로 반출 재고를 조성한 두 회사에 탈루 세금 및 과소신고 가산세를 더해 총 2921억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에 요구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코리아 측은 “제조장에서 13km 떨어진 외부 창고를 제조장의 일부로 해석한 감사원의 시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BAT 측도 “적극 소명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2014년 12월 31일 기준 담배 제조사와 유통사, 도·소매상 등이 보유하고 있던 담배 재고분을 총 4억9865만 갑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생산·유통된 담배까지 포함해 담뱃세 인상 차익 7938억 원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지 못한 채 제조·유통사 등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