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시민들 조문 줄이어… 당정, 의사자 지정 적극 추진
화재가 난 건물에서 이웃을 구하다가 사망한 안치범 씨의 발인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방화범이 지른 불길에 뛰어들어 잠든 이웃들을 깨우고 쓰러졌다 끝내 사망한 안 씨의 발인이 이날 엄수됐다. 안 씨는 9일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자 최초 신고를 한 뒤 이웃들을 대피시키다 연기에 질식했고 열흘 넘게 사경을 헤매다 20일 세상을 떴다. 유가족은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치고 안 씨를 의사자로 신청할 예정이다.
발인 직전까지 안 씨를 찾는 조문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 이근욱 성우협회 이사장, 성우 배한성 씨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아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21일에도 화재 당시 무사히 대피했던 이웃들과 일반 시민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까지 조문을 와 안 씨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배한성 씨는 “성우를 꿈꿨던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생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찾아왔다”며 애도를 표했다.
유가족은 안 씨가 입원했던 이대목동병원에 ‘병사’로 표기됐던 사인을 ‘변사’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화상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이 사인은 맞지만 ‘병사’로 표기되면 의사자 지정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 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웃들의 증언 등은 확보된 상태지만 건물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은 안 씨가 1층까지 내려왔다 다시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만 확인한 상황이다.
안 씨의 유가족은 이웃들과 소방 현장 책임자의 진술 등 증거자료들을 보충해 제출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안 씨가 의사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논의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안 씨의 의사자 지정을 건의했으며 심사위원회 상정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의사자 선정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걸쳐 결정된다. 박재찬 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장은 “많은 시민이 안 씨가 의사자로 선정되길 바라고 있는 만큼 심사위원회에 제출되는 서류와 증거자료 등을 꼼꼼히 챙겨 의사자 선정 요건에 충족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