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청소년 소설 ‘틈새 보이스’ 펴낸 황선미 작가
황선미 작가는 몇 달 전 고교 친구들을 졸업 이후 처음 만났다. 그는 “당시 내가 써서 보여 준 글이 너무 어려웠다고 친구들이 말하더라”며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단박에 서로를 알아보는 걸 보면서 친구가 좋은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상처를 지닌 소년 네 명이 ‘틈새’라고 불리는 분식집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틈새 보이스’(문학과지성사·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들키고 싶은 비밀’ 등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53)의 세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틈새…’에는 외로움이 많이 투영돼 있다. 작가 역시 “기댈 데 없이 외로웠던 청소년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 “상처 있는 아이들 보듬어 주길”
“공부 잘하는 오빠를 뒷바라지하기도 벅찬 상황이었거든요.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반항하느라 아무것도 안 하고 글만 썼어요. 열세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고교에 진학했지만 학교는 여유 있는 형편에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도시락 반찬만 봐도 집안 형편이 다 드러나잖아요. 대학은 꿈도 못 꾸던 제가 명문대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며 절대적인 ‘벽’ 같은 걸 느꼈어요.”
오기와 반감이 그를 에워쌌다. 친구들이 입시 준비에 몰두할 때 그는 홀로 원고지에 글을 썼다. 선생님이 눈총을 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단다. ‘틈새…’에서 어릴 때 자신을 성적(性的)으로 학대했던 친척 할아버지가 숨지자 장례식장을 찾아가 뒤엎어 버린 해리의 강단 있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 강단이 해리와 비슷하다고 하자 황 작가는 미소를 지었다.
○ 몸으로 하는 작업, 글쓰기
그는 20년 넘게 작가 생활을 하며 50여 권의 작품을 썼다. 한 해 평균 두세 권을 쓴 셈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써요. 그래야 감을 놓치지 않으니까요. 작가는 몸으로 하는 거예요. 묵혔다가 쓰라는 사람도 있지만 ‘개꼬리 3년 묵혀도 황모(黃毛) 못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쓰는 게 몸에 배야 해요.”
그는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될 줄은 몰랐단다. 대학(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도 친구가 권해서 갔지만 ‘작가는 무지개 너머에 있는 존재인 줄 알았기에’ 지금의 현실은 상상조차 못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각국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독자층도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강연을 가면 아이들만 있었는데 요즘은 중년층은 물론이고 노인층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와요. 제 작품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