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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피살 항의 유혈사태… 美 샬럿市 ‘비상사태’

입력 | 2016-09-23 03:00:00

올해 흑인 163명 경찰에 피격 사망… 시위대 1명 총에 맞아 중태
市 “경찰발포 아니다” 밝혔지만 시위대, 약탈-방화 폭력사태 번져




 

이틀째 격렬 시위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무장경찰이 시위를 하고 있던 한 흑인(가운데)을 체포하고 있다. 시위는 하루 전 샬럿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범인을 찾던 경찰이 엉뚱한 흑인 남성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이후 벌어졌다. 이틀째 과격 시위가 이어진 샬럿 시에는 21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샬럿=AP 뉴시스

경찰의 흑인 총격 사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이틀째 이어진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시에 21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팻 매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날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 샬럿 시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경찰 통제 수준을 넘어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주 방위군과 경찰관 파견을 발표했다고 CNN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20일 오후 샬럿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용의자를 찾던 흑인 경찰이 엉뚱한 흑인 남성 키스 러몬트 스콧(43)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이후 벌어졌다.

 경찰은 스콧이 총을 갖고 있어서 위협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유족은 발포 당시 스콧이 일곱 살 아들의 통학버스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비무장 상태로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콧이 올해 경찰 총격에 사망한 702번째 국민이자 163번째 흑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잇단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가 계속되는 것에 분개한 샬럿 시민들은 20일 저녁 도심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돌팔매질이 난무한 이날 시위로 경찰 16명이 다쳤다. 다음 날 재개된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8차로 고속도로를 막고 트레일러에 불을 지르며 과격해졌다. 이에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쏜 총에 맞은 시위대 남성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시 당국은 당초 이 남성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가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숨을 이어가는 중태라고 수정했다.

 시 당국은 경찰 발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흥분한 시위대는 상점 약탈, 방화, 재산 손괴에 나서며 폭력으로 치달았다. 결국 인구 80만 명의 노스캐롤라이나 주 최대 도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인구 40만 명으로 오클라호마 주 두 번째 도시인 털사에서도 이달 16일 흑인 비무장 남성 테런스 크러처(40)가 경찰 총격에 숨진 것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샬럿과 털사 시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면서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무고한 흑인이 경찰 총격에 희생된 것을 개탄하면서도 경찰과 흑인사회가 서로를 존중하고 자중자애할 것을 호소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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