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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화수분 야구’… 김현수 빈자리는 없었다

입력 | 2016-09-23 03:00:00

정규시즌 21년만의 우승 원동력은 김재환-박건우 새 스타로 우뚝
만년후보 오재일 26홈런 주전 변신… 선발 ‘판타스틱 4’ 모두 15승 이상
홍상삼-이용찬 합류 불펜 탄탄해져 한국시리즈 2연패 여유있게 준비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날 두산은 kt에 9-2로 승리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시작부터 끝까지 압도적이었다. 두산이 22일 잠실구장에서 kt를 9-2로 꺾고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90승 1무 46패(승률 0.662)를 기록한 두산은 남은 7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산의 정규시즌 1위는 1995년 이후 21년 만이다.

 야구가 ‘흐름의 경기’라면 두산은 작년 가을부터 좋은 흐름을 탔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넥센과 NC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지만 행운이 따랐다. 삼성의 주축 투수 3인방이 불법 도박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 두산은 1차전을 내주고도 내리 4경기를 잡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곧이어 열린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서 두산 선수들은 또 한 번 값진 경험을 했다. 김재호, 민병헌, 허경민 등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우승에 힘을 보탠 두산 선수 8명은 “프리미어12 우승 후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좋은 기량에 경험까지 쌓은 선수들로 가득 찬 2016년의 두산은 거칠 게 없었다. 4월 19일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고, 이날 kt전 승리로 90승에도 선착했다. 투타 모두 압도적인 전력으로 시즌 내내 거의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까지 팀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떠났지만 타선은 더 강해졌다. 김현수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재환과 박건우의 잠재력이 터진 것이다. 만년 거포 유망주였던 김재환은 올해 타율 0.337에 36홈런, 119타점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잘했지만 굳이 한 명을 최우수선수(MVP)로 뽑으라면 김재환이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박건우 역시 3할 타율에 18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답게 김현수가 빠진 자리에 두 명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후보가 더 익숙하던 오재일도 26홈런을 치며 주전으로 우뚝 섰다.

 투수진은 KBO 리그 역사에 새 페이지를 열었다. ‘판타스틱 4’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선발 투수 4인방(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은 사상 처음으로 모두 15승 이상을 달성했다. 6시즌째 두산에서 뛰고 있는 니퍼트는 21승 3패, 평균자책 2.92로 다승과 승률, 평균자책점 1위다. 보우덴은 17승을 거뒀고, 토종 왼손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은 나란히 15승씩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불펜은 이달 초 군 복무를 마친 홍상삼이 합류하면서 한층 힘이 붙었다. 홍상삼은 제대 이튿날인 4일 삼성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벌써 5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상무를 제대한 뒤 22일 팀에 합류한 이용찬도 이날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두산은 1982년과 1995년, 2001년 등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에 매번 하위권으로 처졌다. 그런데 지난해 우승한 뒤 올해는 일찌감치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날 현재 엔트리에 포함된 야수 17명 중 최고참은 오재원과 김재호다. 둘 모두 31세밖에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는 향후 몇 년간 두산의 ‘왕조 시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