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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지분인수 18곳 참여… 민영화 청신호

입력 | 2016-09-24 03:00:00

지분 30% 예비입찰에 4배 몰려 흥행




 

 ‘4전 5기’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화생명 등 국내 금융사와 중국 안방보험 및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회사 알헤르마스 등 해외 자본, IMM PE와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 18곳의 투자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우리은행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18곳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 회사들의 인수 희망 지분을 모두 합하면 우리은행 총발행주식(6억7600만 주)의 82∼119%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지분 30%(2억280만 주)의 서너 배 규모다. 금융위는 26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고 투자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한 뒤 이달 말부터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LOI를 냈다.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증권과 보험사 중에서 키움증권과 한화생명도 인수 의향을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도전장을 낸 것도 눈에 띈다. 대기업과 연기금 등의 자금을 유치해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중동계 자본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알리안츠생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안방보험은 자회사인 동양생명을 통해 참여했다.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면 처음으로 국내 은행업계에 발을 내디디는 중국 금융사가 된다. 알헤르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파하드 알 사우드 왕자가 회장으로, 부동산 개발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무역업 등을 하는 종합투자회사다.

 이 밖에 한앤컴퍼니, H&Q코리아, 보고펀드, IMM 등 토종 PEF와 CVC캐피탈, 유니슨캐피탈,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오릭스 등 해외 PEF들도 두루 참여했다. 다만 당초 관심을 보인 교보생명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인수전에 나서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우리은행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사외이사 추천권이다. 금융 당국은 신규 지분을 4% 이상 인수하는 투자자에는 사외이사 1명의 추천권을 주기로 했다. 투자사들은 내년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것을 비롯해 경영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저평가된 우리은행 주식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향을 밝힌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로 국내 은행주의 평균인 0.6∼0.7을 밑돈다”며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배당 성향도 높은 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우리은행의 평균시가배당수익률은 5.4%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의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은 부담이다. 23일 우리은행 주가는 1만1350원으로 정부가 ‘과점 주주 매각 계획’을 밝힌 지난달 22일(1만250원)에 비해 10.7%(1100원) 올랐다. 향후 주가 상승을 통해 차익을 얻으려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정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도 커질 수 있다. 본입찰 때는 공자위가 제시하는 예정 가격 이상을 써 내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