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뿐인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은 변두리 지하 단칸방에서 새 출발을 하는 일이 흔하다. 약간 돈이 모이면 창문 밖으로 오가는 이들의 다리가 보이는 반(半)지하방으로 지위(?)가 올라간다. 어둡고 축축해 곰팡이와 먼지를 정 못 견딜라치면 옥탑방으로 수직 상승한다. 같은 지하라도 아시아 최대의 지하 쇼핑공간이라는 코엑스몰은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실내조명으로 환하고 선선해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전천후 쇼핑이 가능하다.
▷북한 평양의 지하철은 핵 공격에 대비해 땅속 100∼150m에서 달린다. 단순 교통수단이 아니라 지하 군사용 시설과 연계돼 ‘초대형 벙커’로 기능한다. 지하철에서 다시 150m 정도 더 내려가면 평양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땅굴이 있다고 생전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증언했다. 평양에서 약 40km 떨어진 자모산까지 이어지는 땅굴 안에서 깨끗한 샘물과 새파란 풀을 보았다고 하니 북 수뇌부는 유사시에 몇날 며칠이고 지하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