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곽성혜 옮김/348쪽·1만5500원/유노북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양이 유례없이 증가했다. 이 기술은 전에는 버렸을 개인 일상 등 소소한 정보까지 0과 1로 구성된 간단한 암호로 저장해 사람들로 하여금 사소한 기억까지 디지털에 의존하게 했다. 하지만 때때로 이는 개인 감시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활용돼 충격을 주기도 한다.
정보가 넘쳐 슬픈 시대다. 문화사학자이자 디지털콘텐츠 큐레이터인 저자는 이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넘칠 정도로 많지만 디지털로 기록된 정보는 과거의 기록들과 달리 무형에 가까워 쉽게 변형되거나 훼손될 여지가 크다. 더군다나 주로 구글, 페이스북 같은 영리기업이 보존하고 있어 이들이 없어지면 사라질 위험이 있다.
우리는 앞서 동문들을 다시 연결해준 ‘다모임’ ‘아이 러브 스쿨’의 증발과 이에 따른 기억 실종을 경험했다. 온라인을 주름잡는 구글, 페이스북이 언제까지 우리 기억을 대신해줄지 모른다. 저자의 ‘유비무환’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