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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구글·페이스북에 맡긴 정보 언제까지 기억을 대신해줄까

입력 | 2016-09-24 03:00:00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곽성혜 옮김/348쪽·1만5500원/유노북스




 뛰어난 암기력은 더 이상 능력이 아니다. 과거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유리했지만 지금은 검색을 잘해 지식에 빨리 도달하는 사람이 유리해졌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양이 유례없이 증가했다. 이 기술은 전에는 버렸을 개인 일상 등 소소한 정보까지 0과 1로 구성된 간단한 암호로 저장해 사람들로 하여금 사소한 기억까지 디지털에 의존하게 했다. 하지만 때때로 이는 개인 감시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활용돼 충격을 주기도 한다.

 정보가 넘쳐 슬픈 시대다. 문화사학자이자 디지털콘텐츠 큐레이터인 저자는 이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넘칠 정도로 많지만 디지털로 기록된 정보는 과거의 기록들과 달리 무형에 가까워 쉽게 변형되거나 훼손될 여지가 크다. 더군다나 주로 구글, 페이스북 같은 영리기업이 보존하고 있어 이들이 없어지면 사라질 위험이 있다.

 저자는 과거 기록으로부터 문제해결 방법을 찾으려 한다. 사람의 기억을 디지털 기록에 맡기는, 일명 기억의 ‘외주화’는 점토판에 문자가 기록된 기원전 3000년경, 인쇄기가 발명돼 기록물이 대량생산된 15세기 이후에도 있었다. 혁명에 따른 혼란이 찾아왔지만 인류는 적응하고 기록을 르네상스 같은 문화발전의 동력으로 썼다. 국가가 운영한 ‘공공’도서관 등은 인류의 기억을 오래 보존하는 본부가 됐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디지털 정보에 대해서도 양질의 정보를 오래, 안전하게 보존할 공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앞서 동문들을 다시 연결해준 ‘다모임’ ‘아이 러브 스쿨’의 증발과 이에 따른 기억 실종을 경험했다. 온라인을 주름잡는 구글, 페이스북이 언제까지 우리 기억을 대신해줄지 모른다. 저자의 ‘유비무환’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