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정은석 옮김/384쪽·1만6500원·더숲
생물학자답게 주변 생태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여느 수필처럼 자신의 내면을 일일이 풀어놓는 데 급급하지 않는다. 그저 지저귀는 새소리와 형형색색의 낙엽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낼 뿐이다. 마치 구구절절한 편지 대신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주는 선비를 연상시킨다.
그는 40년 전 목초지였던 곳이 무성한 소나무 숲으로 바뀐 걸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생명력과 더불어 인간 삶의 덧없음을 암시한다. 말벌이 자신의 알을 애벌레에 쑤셔 넣으려고 하자 애벌레들이 진동을 일으켜 집단방어에 나서는 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 인간은 곤충들이 알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또한 의미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하고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을까”라고 썼다.
얼핏 저자를 극단적인 생태주의자로 오인할 수 있지만 그는 자연과 인간 삶의 균형을 지향한다. 환경보호단체 어스퍼스트(earth first)가 벌채를 막으려고 나무에 못을 박는 바람에 인부가 사망한 사건이 책에 소개된다. 저자는 “이곳의 삶은 나무와 숲을 빼곤 상상할 수 없다. 나무는 목재가 되기도 하고 숲을 이루기도 한다”고 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