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과학기술, 그 신비를 벗기다

입력 | 2016-09-24 03:00:00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홍성욱 지음/448쪽·1만8000원·동아시아




 “자연, 그리고 자연의 법칙들은 어둠에 가려 숨어 있었다. 신이 ‘뉴턴이 있으라’고 말하자 세상이 빛났다.”

 아이작 뉴턴의 묘비에 쓰인 추모사다. 뉴턴의 업적에 걸맞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과학자를 지나치게 신비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은 현실 사회와는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된다. 책은 과학기술 역시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사회적 현상’의 일부일 뿐이라고 바라보면서 이 같은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서울대 자연대 교수로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을 연구하는 저자는 과학적 사실은 명징하다는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 일례로 물이 정확히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도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 갑상샘암의 수술 치료를 두고 의사와 역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른 것처럼 전문가 집단도 저마다의 패러다임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에 대한 서술은 꽤 놀랍다. 법정에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인식되는 DNA 검사는 알려진 것보다 오류 확률이 크다고 한다. 2007∼2010년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백신 접종 때문에 자녀들이 자폐증에 걸렸다’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는데, 저자는 이를 두고 “확실한 것이 논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논쟁에서 이긴 지식이 확실한 것으로 믿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은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오히려 이처럼 완전하지 않은 토대 위에서도 과학기술은 잘 발전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현대 과학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네트워크’ 개념은 이 책만으로는 손에 딱 잡히지 않지만 소개된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