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장동이 지음·한차연 그림/112쪽·1만500원·문학동네
시를 읽어 보면 작가는 문경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40여 년 전에 죽은 친구는 매일 보는 언덕길에 묻혀 있고(‘내 친구, 정삼이’), 할머니들 흉도 다 드러낼 만큼 오랫동안 보아온 동네(‘그렇게 믿는 거야’)에 삽니다.
그리고 농부입니다. 농작물을 키워서 농부라기보다는 마을의 풍경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의 모습이 농부여서 농부입니다. 그의 시선은 마을 속 어디에도 닿아 있습니다. 시원스레 뻗어 나오지 못하는 매미의 첫 울음 소리도 응원을 해주고(‘여름’),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쳐 당황한 고라니가 헷갈릴까 염려하고(‘엄마 몰래’), 차바퀴에 뭉개진 칡 순에 눈길을 주기도(‘새순 몇’) 합니다.
한 지역, 모든 구성원(사람뿐 아니라 민달팽이, 머위 꽃, 빗방울, 달빛 등을 포함한다)에 대해 오랫동안 알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시가 되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