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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만취해 상사 집에서 추락사…“업무상 재해, 회식에서 비롯된 사고”

입력 | 2016-09-25 11:26:00

사진=동아일보DB


회식에서 만취해 상사의 집으로 갔다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업무의 연장인 회식에서의 음주가 사고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한 공기업 근로자 A 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003년 해당 공기업에 입사한 A 씨는 2014년 7월 직장 동료들과 회식 1·2차에 참석한 후 만취 상태가 됐다. 상사 B 씨는 만취 상태인 A 씨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자신의 방에서 잠든 B 씨는 다음날 새벽 ‘퍽’ 하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고, A 씨가 베란다에서 추락한 것을 발견했다. A 씨는 곧장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다발성 손상 등으로 끝내 숨졌다.

부검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6%. 경찰은 A 씨가 술에 취한 채 발을 헛디뎌 10층 높이에 있는 B 씨의 집에서 추락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A 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지난해 8월 “A 씨가 참석한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 씨 유족은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A 씨가 참석한 회식이 업무와 관련돼 있었고 이 회식에서의 음주가 사고 원인이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열린 회식은 A 씨가 속한 조의 부역장 등이 새로 전입한 것을 축하하고 조원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개최된 회식으로, A 씨 또한 자연스럽게 참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은 사전에 공지됐고, 부역장은 조원들의 일정을 고려해 회식 일자를 정한 뒤 역장에게도 보고했다”며 “A 씨는 해당 조에서 부역장 다음으로 선임자였던 점, 부역장이 회식비용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적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A 씨가 사업주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서 과음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며 “부역장은 만취한 A 씨를 재우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갔고, 이는 조원인 A 씨의 안위를 걱정해 자신의 보호 아래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고를 초래한 일련의 진행 과정은 회식이라는 업무상 영역에서의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