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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해임안 파문 김재수 장관, 정국경색 막기 위해 사퇴하라

입력 | 2016-09-26 00:01:00


 24일 새벽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수용 불가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무너뜨려 레임덕을 초래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야당의 대선 전략”이라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야3당은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하며 단독 국감도 불사할 태세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이 강경 대응으로 치달으면서 자칫하면 대선까지 15개월간 서로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계속될 판이다.

 박 대통령은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비상시국에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야권을 비판했다. 헌법 63조 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해임 건의의 사유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과거 5차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의 사유가 모두 실정(失政)이었던 데 비춰볼 때 더불어민주당이 김 장관 취임 다음 날인 5일부터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벼른 것부터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 해임 건의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이 김 장관 지키기에 나선 것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고 했지만 청문회 당시 김 장관은 1%대의 농협 금리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채 국민 앞에 사과까지 했다. 23일 오후 해임건의안 본회의 상정 뒤 새누리당이 국무위원들에게 답변을 길게 할 것을 요구하는 등 밤 12시까지 시간을 끌어 표결을 무산시키려 한 것도 집권당답지 못하다. 야당 출신인 정세균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 없이 24일 0시 차수 변경을 통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친 것도 편파적 진행으로 보인다. 결국 자질이 의심스러운 장관에 여당답지 못한 여당과 의장답지 못한 의장, 힘자랑에 나선 거야(巨野) 3당이 정국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20대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체제가 정립된 것은 여야가 더는 싸우지 말고 협치를 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모두 타협 없이는 어느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여야가 김 장관 거취를 놓고 ‘강 대 강’으로 맞서는 것은 국가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새누리당이 국정감사까지 거부하겠다는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감 출석 등 청와대에 껄끄러운 사안을 피하려는 꼼수로 비친다.

 지금이 ‘비상시국’이라면 김재수 장관 문제가 국정을 경색시킬 만큼 중요한 일인가. 내년 대선을 노려 서로 삿대질을 하는 모습에 국민은 절망의 한숨만 나올 뿐이다. 박 대통령이 솔선해서 불통과 오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여야 협치를 선도해야 한다. 억울해도 야당의 공세에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존중하는 것으로 여기면 된다. 김재수 장관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정국이 풀릴 수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그런 큰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