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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인터뷰]“평생 문구사업하며 지역사회 위해 봉사하고 싶어”

입력 | 2016-09-26 03:00:00

울산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




울산 남구 삼산동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가 자신의 문구점에서 ‘구암’이라는 상호의 내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옆집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나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우리’를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임을 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울산대 행정본관 3층 교무회의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60대 문구점 사장이 오연천 울산대 총장과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 앞에서 경영철학을 강의했다. 주인공은 울산에서 5개 문구점을 경영하고 있는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60)다. 울산대가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사들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련한 프레지덴셜 포럼의 다섯 번째 강사로 박 대표를 초청했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이 고향인 박 대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사판 인부와 점원으로 전전하다 1980년부터 울산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울산대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3억 원과 2억 원 등 총 5억 원을 기부했다.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1번째 울산 회원이기도 하다.

 영세한 문구 사업을 중소기업 규모로 성장시킨 박 대표의 비결은 간단했다. “남들은 ‘10원짜리 장사, 코 묻은 돈 버는 사람’이라고 무시했지만 ‘교육 사업에 일조한다’는 생각과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에 한길로 걸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직원들도 메모지와 볼펜이 없으면 공부를 못 하고 업무 기획을 못 한다”며 “내가 판매한 문구가 없으면 교육이 안 되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오늘의 구암문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문구점 점원으로 일하며 장사를 배운 24세 때인 1980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12m²의 허름한 문구점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자 주인이 1년 만에 내쫓았다.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 다시 문구점을 열었다. 이듬해 울산시청 옆에 신정점을 개업한 뒤 현재는 삼산점, 농소점, 범서점, 울산대점 등 5개 점포에 직원 80여 명이 근무하는 대형 문구점으로 키웠다.

 박 대표의 인생철학은 ‘돈은 부수적으로 벌리는 것이지 돈을 먼저 생각하면 절대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문구점은 국가와 울산지역 사회로부터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일 뿐”이라며 “수익금 대부분을 사회를 위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매월 1000만 원씩, 1년에 1억2000만 원을 울산지역 사회를 위해 내놓고 있다.

 울산지역 환경단체인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 대표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문구점 건물을 지으면 그만큼 자연환경을 훼손한 것”이라며 문구점 건물 옥상에는 반드시 조경을 한다. 삼산점 옥상에는 보리수나무와 앵두나무, 미나리, 수선화, 고사리 등은 물론이고 닭도 키우고 있다. 건물 옥상에 모으고 있는 빗물에는 수질 정화를 위해 미꾸라지와 수생식물도 키우고 있다. 이 빗물은 화장실 등에 재활용된다. 신정점 3층에는 집기까지 갖춰 생명의숲 사무실로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문구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언덕이나 산 위의 바위처럼 평생 변하지 말자’는 뜻에서 구암(丘岩)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며 “평생 문구 사업을 하면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강의가 끝난 뒤 오 총장은 “자기 일에 대한 일관성과 그 일이 고객들에게 선사할 행복감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성실함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